키크니 작가를 처음 본 것은 유퀴즈에서였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TV에 나왔던 키가 컸던 남자. 누굴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인스타툰 작가라는데, 당시에는 인스타를 하지 않았기에 사무실에 가서 직원들한테 물어보았다. MZ세대 직원들은 다 안다고 말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사람이었구나."
나는 그렇게 "키크니"라는 작가를 알게 됐고, 키크니 인스타는 내 1호 팔로우가 되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키크니의 100만 팔로워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인스타를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100만이라니, 어떻게 100만 팔로워를 가질 수 있는 거지?
키크니를 시작으로 인스타 팔로우를 늘려가던 중, 키크니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뭐?! 가고 싶어! 나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예약을 했다.
- 전시기간 : 2023.10.21 ~ 2023.11.26
- 전시장소 : 신사하우스 (일반 집을 개조해서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데, 두 동이 전시장이다. 처음에는 한 동만인 줄 알고 살짝 섭섭했다는...)
전시회는 키크니가 인스타로 올렸던 수많은 글과 그림들이 있었다. 아래의 영상과 사진처럼 기발한 창의력으로 감동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다.
인생은 어디가 앞인지 모르잖아요 우린 초라, 해 져도 다시 빛나
하지만, 내 심장을 울렸던 전시는 바로 키크니의 심정을 담은 글귀들이었다.
1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스타 스타. TV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사람. 전시회를 열 정도로 대단한 작가.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스타 등등
나에게는 저 하늘 높은 곳에서 훨훨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낙서를 읽는 순간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 문구 "이 전시는 내가 SNS를 시작하고 나서 한 모든 생각으로 만든 건데, 앞으로 또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창작자로서 갖는 불안과 두려움,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팔로워가 1명이든 100만 명이든 불안한 감정은 똑같구나. 그럼 어차피 가질 감정들 나는 1명보다는 100만 명을 선택하겠어! 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왔다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 는 건너뛰고(^^), 그동안 키크니가 느꼈을 감정들을 다 읽고 나니, 몸을 웅크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홀로 앉아 있는 키크니를 위로해주고 싶었다(왼쪽 사진).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현재의 불안과 두려움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곧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요즘은 전시회를 가면 힘을 얻는다. 키크니 전시회는 그냥 가볍게 보고 즐기고 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많은 위로를 받고 왔다.
앞으로 눈에 띄는 전시회는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키크니 키링 2개와 키크니 캐릭터가 커다랗게 그려진 후드티를 하나 사들고 현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