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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r 27. 2022

산소가 아니면 절대 안 돼!

하지만, 심경에 변화가 생긴 아버지

전국에 있는 선산들이 무덤으로 덮이고 있다는 뉴스를 부모님과 함께 본 적이 있었다. 


외할머니, 할아버지를 봉안당에 모신 엄마는 우리도 죽으면 봉안당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하셨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엄마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그 말에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셨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불효 막심한!!”

“아니, 왜요. 다들 봉안당에 모신다는데. 지금 뉴스에도 관리가 안 되는 산소가 늘어나서 문제라고 하잖아요.”

“아이고, 진짜로 나 죽으면 화장하겠어!”


아버지의 버럭에 엄마가 돌직구를 날리셨다.


“우리가 죽고 나서 화장을 하는지 무덤을 만드는지 무슨 상관이야.”


그러자 아버지는 내가 식겁할 폭탄을 던지셨다.


“나 죽으면 귀신 되서라도 찾아와서 확인할 거야!”


아버지는 진짜 귀신이 되어서라도 찾아올 수 있을 거 같아서, 나는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그 일은 어느 하루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조용히 지나갔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TV를 보던 아버지가 뜬금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


“큰 딸, 나 죽으면 봉안당으로 보내.”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발언에 나는 장난기 섞인 말로 응수했다.


“왜요? 예전에는 그랬다가는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고 아주 화를 버럭버럭 내시더니.”


아버지는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관리할 사람도 없을 텐데, 큰 딸 죽고 나면 누가 찾아오기나 하겠어?”


며칠 전 벌초를 다녀오셨는데, 그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기신 건지….


바다 건너 살고 있는 동생은 자주 찾아오기 어려울 거고, 나는 40대 중반에 혼자 살고 있으니 자식이 있을 리 만무하고, 아마도 본인이 죽고 난 후에 산소를 챙길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앞으로 20년은 더 사실 건데, 왜 벌써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하고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히지만,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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