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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짧은 이야기

by 윤다서영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한 장 한 장 드러나는 사진 속에 어제와 오늘이 나타난다.


얼마만큼 더 찍어야 끝이 보이는 걸까?

얼마만큼 더 찍어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타나는 걸까?


수천, 수만 장의 어제와 오늘을 펼쳐놓았다.

한 장씩 꼼꼼히 살펴보아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널브러져 있던 사진들이 창 밖의 바람에 날려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어제와 오늘이 사정없이 날아다닌다.


가벼이 날아가는 사진 중 하나를 움켜쥐었다.


처음 보는 사진이다.

찍은 적 없는 사진이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마음에 안 든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찍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일의 사진이.

달라지지 않는 세상. 변하지 않는 마음.


순간, 누르지 않는 사진기에서 번쩍거리며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지금 이 순간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손안에 들어온다.


사진 속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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