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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만 열심히 닦았다

짧은 이야기

by 윤다서영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거울을 닦고 또 닦았다.


매일 같이 거울을 살폈다.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을 살폈다.

거울에 비치는 내 주변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지저분해 보이면, 열심히 거울을 닦았다.


그런데 ?

얼굴에 묻은 지저분함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너저분한 주변 환경이 변하지 않는 걸까?


나는 거울에서 시선을 거뒀다.


고개를 돌려

거울 속이 아닌

지저분한 내 모습을,

너저분한 내 주변을 살폈다.


거울은 더 이상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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