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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별 아이

꿈 이야기

by 윤다서영

불운의 별을 타고난 괴물이 만든 세계, 그곳에 행운의 별을 강하게 타고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자신이 행운의 아이인 걸 몰랐고, 그곳의 다른 아이들처럼 괴물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바깥 세계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훈련장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능력 중 하나를 이용하여 감시자를 잠시 동안 꼼작 못하게 만들어 놓고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사라지는 아이 뒤로 감시자 중 하나가 외쳤다. “우리 둘 다 움직일 수 없게 만든 건 네 마지막 행운이 될 거야. 너는 나가자마자 죽게 될 테니까!” 아이는 잠깐 멈칫했지만, 훈련장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감시자가 경고한 대로, 아이는 얼마 못 가서 작은 괴물과 마주쳤다. 애벌레처럼 생긴 분홍의 작은 괴물은 아이를 보자마자 공격했지만, 아이는 작은 괴물의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약이 오른 작은 괴물은 아이를 향해 계속해서 뭔가를 쏘아댔고, 아이는 결국 힘이 빠져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작은 괴물이 공격을 멈추더니 동경의 눈빛으로 뭔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작은 괴물과 똑같이 생긴 거대한 괴물이 있었다.


아이는 거대한 괴물을 보는 순간 바로 눈치챘다. 작은 괴물의 약점은 바로 저 거대한 괴물이구나! 아이는 작은 괴물이 보는 앞에서 거대한 괴물을 향해 창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러자 작은 괴물이 외쳤다. “안 돼. 엄마를 공격하면 안 돼. 공격하지 않으면 널 보내주겠어. 하지만, 절대로 엄마를 공격해선 안 돼. 그리고 엄마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도 안 돼. 약속해.” 아이는 작은 괴물의 간절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괴물은 그 길로 아이를 지나쳐 사라졌다.


작은 괴물이 사라진 후, 아이는 거대한 괴물의 뒤꽁무니를 쫓아갔다. 아이는 거대한 괴물의 뒤를 따라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감시자는 훈련장 밖을 나가면 괴물의 밥이 될 거라고 경고했지만 아이는 괴물 모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괴물은 마주치지 않았다. 아이는 감시자가 겁을 주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갈림길이 나타났다.

거대한 괴물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한쪽 엉덩이를 들고 푸---욱 소리와 함께 바람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바람을 따라 거대한 괴물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이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서서히 닫히고 있는 문 하나가 있었는데, 아이는 강한 바람의 기세로 문틈을 비집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문밖으로 나온 아이는 한참을 걸은 후에 핏빛 붉은 강에 다다랐다. 아이는 강을 건너기 전에 강가에 앉아서 잠시 고민했다. 붉은 강이 불길해서 건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멍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강이 푸른빛으로 변해갔다. 푸른빛 강은 안전해 보였다. 아이는 강을 건너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는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푸른빛도 사라져 버렸다. 아이는 붉어진 강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아이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후, 강가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금 푸른빛으로 변하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푸른빛을 유지했다. 아이는 한참을 붉은빛과 푸른빛으로 변하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하나의 규칙을 알아냈다. 푸른빛이 한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푸른빛이 길게 유지되는 타이밍에 강으로 뛰어들었다.


강은 깊어 보였지만 다행히도 (비록 물에 잠기어 있지만) 돌다리가 놓여 있었다. 아이는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다 왔다고 기뻐한 순간 아이는 마지막 돌다리에서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그리고 강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빠져나오려고 바동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상황에 아이는 허탈했다. 한 걸음만 더 디디면 됐는데. 아이는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그런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든 누군가가 아이의 눈에 들어왔다. 같은 행운의 별을 타고난 저쪽 세계의 아이. 그 아이가 지금 또 다른 행운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강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꿈에서 깼어요. 동화같이 예쁜 장면들이 많았던 꿈이었어요. 이 정도로 생생한 꿈은 흔치 않기에 일어나자마자 노트에 적어놨는데. 조금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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