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리 내어 웃지 않아요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웃지 않아요
나는 십여 년 전 있었던 작은 사건 이후로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규모가 큰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나 역시 지원을 나갔고,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정신없이 일만 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야 간신히 여유가 생겨서, 직원들하고 오늘 행사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스트레스를 풀던 중이었다.
"진짜 그랬어요? 나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하하."
웃긴 썰을 풀어놓는 직원 옆에서 나는 하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나를 향해 어떤 아저씨 한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행사에 참석한 어떤 분이 나에게 뭔가를 묻기 위해 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원했던 업무에는 안내도 있었기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저씨를 맞았다.
그런데,
"지금 나 비웃는 거야?"
"네?"
내가 이해를 못 하고 멍하니 있으니까, 내 옆에 있던 다른 직원 분이 "아니에요. 오해입니다."라고 말하며, 잔뜩 화가 난 아저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비웃다니요?"
아저씨를 다른 곳으로 보낸 직원이 내게 말했다.
"다리를 약간 저시더라고요. 아마, 00 씨가 웃는 것을 보고,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했나 봐요."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내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그것도 몸이 안 좋은 사람을 보고 비웃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거야?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웃음을 자제했다. 혹시라도 웃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거 같으면, 재빠르게 정색했다.
"나를 비웃는 거야?" 그 말이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으면, 내 웃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봐 두려워졌다.
나는 나를 두렵게 만든 아저씨를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몇 년 후, 나는 아저씨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삶의 의욕도 없던 시절.
길거리를 걸으며 하하 호호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뭐야, 저 사람들 지금 나를 보고 속닥거리는 거 아니야?"
"지금 내 몰골이 형편없다고 비웃는 거 아니야?"
?! 아, 아저씨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물론, 지금은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생기면서, 낯선 이들의 웃음소리에 더 이상은 사로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아저씨를 경험한 나는,
혹시라도 내 웃음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까 봐,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소리 내어 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