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애가 무슨 용기로 나갈 생각을 한 건지, 아마도 머릿속에 가득한 환상이 모든 두려움을 떨쳐냈던 것 같다.
아일랜드의 색인 초록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그렇게 도착한 아일랜드.
그리고 어학원에서 처음 만났던 일본인 친구.
스노우볼은 잠깐의 어학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내게 일본인 친구가 준 선물이다.
솔직히 거의 20년 전의 일이라 친구와의 에피소드는 많이 생각나지 않는다.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이라고 했었고, 스쿠터를 잘 탄다고 했었다. 성인이 됐는데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면서 창피하다는 말을 해서 나를 놀라게도 했다.
만약, 스노우볼이 없었다면, 나는 일본인 친구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아일랜드에서의 생활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어학원 친구들과 코크 인근 지역을 여행했던 기억, 숙소에서 속옷까지 훌러덩 벗어버린 독일 친구의 행동에 경악했던 기억, 동양인을 보고 조롱하던 사람들,과속으로 운전하던 오토바이에 다친 일, (나는 이 사고로 이빨 두 개가 부러졌다.ಥ_ಥ)솔직히 안 좋은 기억도 꽤 떠오른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광활한 대자연과 밝고 명랑한 사람들, 나를 향해 언제나 방긋방긋 웃어주던 옆 집 꼬마와 어학원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행복한 미소가 안 좋은 기억을 덮어주는 걸 보면, 내 아일랜드 생활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작은 스노우볼 하나에 6개월의 아일랜드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걸 보면서, 문득 추억을 담고 있는 물건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