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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r 15. 2023

체코 친구 찾는데, 같이 가줘

체코 여행 중 생긴 일

꽤 오래전 일이다.

친한 친구와 체코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는 여행 전에, "나 찾고 싶은 체코 친구가 있어. 하루만 나랑 같이 친구 찾으러 가죠."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체코 여행 중 하루를 친구의 체코 친구를 찾기 위해 나섰다.


친구의 체코 친구는 한국에 공부하러 온 학생이었다. 그런데 좀 남달랐다. 갑자기 무소유를 실천한다며 본인의 물건을 다 버리질 않나, 출가하겠다고 머리를 빡빡 밀지를 않나, 그러다 갑자기 연락이 끊어져서, 친구는 오랫동안 체코 친구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러다 마침, 체코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친구는 이 기회에 체코 친구를 찾아보기로 계획한 것이다.


우리는 친구가 가지고 있던 주소 하나에 의지해 체코 친구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체코 친구는 도시에 살고 있지 않았다. 관광지가 아니었기에, 체코 친구가 살고 있는 지역까지 가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주소 하나에 의지해, (영어도 통하지 않았다.) 정말 폐차해야 할 것 같은 버스를 탄 기억이 난다. 발 밑으로 부품이 다 보일 정도로 불안한 버스였다.


한참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가 우리를 보더니 내리라고 손짓했다. 순간 밖을 내다보는데 정말 양 옆으로 보리밭인지, 밀밭인지, 밭이 쫙 펼쳐져 있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우리는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마을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기사는 막무가내로 내리라고 했다.


말은 안 통하지, 버스 기사는 계속해서 내리라고 하지, 나와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버스는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버스가 사라지고 난 곳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사진의 흙길을 2차선 도로로 바꾸면, 내가 내렸던 장소와 비슷해 보인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고,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와 친구는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우선 가볼까?"

친구는 그나마 끝이 보이는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황량한 길 뒤쪽으로 숲인지, 뭔지, 뭔가가 얼핏 보인 것이다. 우리는 그 뭔가를 바라보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같은 느낌으로 수풀 사이로 얼핏 보였다. 우리는 손에 든 주소와 표지판의 글자를 맞춰보았다.


"찾.았.다."


그때의 기쁨이란 정말, 하아....

(버스 기사는 우리를 정확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다만, 말이 안 통했을 뿐. )


우리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신나게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


한참을 걸었는데, 빽빽한 나무 말고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맞게 들어온 건지 고민하던 그때,

"저거 집 아니야."

드디어 집 한 채를 발견했다.

우리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집 밖으로 나오던 누군가와 마주쳤다.

서로 놀랐다.

우리는 사람을 찾았다는 반가운 놀람이었고, 그분은 이런 시골마을에 갑자기 튀어나온 동양 여자애들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우리가 여기 왜 있는지 계속해서 물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그분은 친절했고, 우리의 주소를 보더니 어디로 가라고 상세히 알려줬다.


우리는 그분이 알려준 방향으로 쭉 걸어갔다.


그리고 마주한 거대한 철문.

"여기 맞다고 했지?"

"응."

"벨 눌러볼까?"

우리는 용기를 내서 벨을 눌렀고, 철문 안으로 멀리 보이는 집 쪽에서 중년이 여성분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Ahoj(안녕하세요.)"

우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홈스테이 아주머니한테 물어서 적어둔 체코어로 "우리는 누구누구의 친구입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중년의 여성분은 체코 친구의 엄마라고 했고, 아들은 현재 체코에 없다고 했다.

(분명 체코어로 말했을 텐데,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영어로 하셨나. 이놈의 기억력)

우리는 체코 친구가 한국에서 얼마나 잘 지냈었는지 손짓발짓 다 사용해서 말해 주었고, 아주머니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의 말을 들어주었다.

철문을 사이에 둔 짧은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건넸다. 그러자 체코 친구 엄마는 잠시 기다라고 하더니, 집에서 음식을 가져와서 가면서 먹으라고 주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우리는 숙소로 가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띈 채, 다시 그 숲 길로 걸어갔다.


"어떻게 가지. 택시 부르면 올까?"

"글쎄."


택시를 부르기 위해, 휴대폰에 코를 박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차가 지나가도록 비켜섰는데, 차는 지나가지 않고 멈춰 섰다. 그리고 젊은 남녀가 내리더니, "어디까지 가요?"라고 물었다.

나와 친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다급하게 터미널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타요. 태워줄게요. 00 찾으러 온 거죠? 여기 마을 사람들은 다 친척이고, 친구예요."


Oh, my God. 신이 도와주는구나.


나와 친구는 후다닥 차에 올라탔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터미널로 향했다.


친절한 젊은 커플은 끝까지 우리를 배웅했고, 나와 친구는 그들을 향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당시 친구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체코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당시 체코 여행 중 유독 이 날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즐거운 하루였다.(ㆆ_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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