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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네바 Nov 08. 2023

마지막 지역이동과 캐나다에서의 취준과정

더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더 어려웠던 구직활동



영주권을 위한 과정은 포기하기로 결정했지만 워홀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머무를 지역을 선택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저곳을 다니며 계속해서 지역이동을 해보고 싶었지만 금전적인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지역이동을 할 수 없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5개월 동안, 지역이동을 포함하여 이사를 4번이나 하면서 모아뒀던 돈을 다 썼고 단기간으로 일을 하며 수입을 얻긴 했지만 많은 돈을 번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을 구하는 데 있어서도 한 곳에 정착할 필요가 있었다. 보통 구인과정에서 비자 기간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6개월 미만으로 남은 경우면 잘 뽑지 않기 때문이다.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술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이러한 일들의 대부분은 출퇴근을 요구하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계속 이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고민했던 곳은 밴쿠버였다. 최종적으로 머무르고 있던 곳에서 밴쿠버가 가깝기도 했고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밴쿠버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고민을 했다. 토론토 다음으로 대도시이기도 하고 일자리가 토론토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밴쿠버로 거의 마음을 굳히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캘거리가 궁금하기도 했다. 캘거리는 토론토나 밴쿠버만큼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일을 구하자면 구할 수 있고 도시의 느낌도 왠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분위기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당시에 캘거리 여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여행을 가는 겸사겸사 그냥 정착을 해버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한 곳은 토론토. 토론토는 이미 살아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뭔가를 알고 있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이미 토론토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밴쿠버나 캘거리에 가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익숙한 토론토에 가서 적응하는 시간은 줄이고 일을 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토론토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토론토는 너무나도 좋았다. 떠나기 전에는 지루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더 지루하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시골에서 지내다가 돌아오니 모든 것이 즐거웠다. 특히나 여름을 맞이하여 매일같이 축제가 열리고 패티오가 열리고 즐길거리가 많아져서 떠나기 전보다 다시 돌아온 후에 몇 배는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을 구하는 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토론토로 돌아오기 2주 전부터 구직활동을 시작했지만 최종적인 일을 구하는 데까지는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매일같이 링크드인이나 인디드 등 구직사이트에 접속해서 하루에 10군데 이상 어플라이를 했고 운 좋게도 토론토로 돌아오기 전 전화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다.


12월까지만 하는 단기 일자리였지만 2월 말이면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했기에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바로 인터뷰까지 보게 된 것이다. 당시에 여름인데도 심한 몸살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봤는데 다행히 인터뷰이가 이러한 내 상황을 잘 이해해 주고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말에 한국을 좋아한다며 본인이 알고 있는 한국어를 말하기까지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호감을 보여서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한동안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 말을 거의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특히나 영어는 더더욱 말할 기회가 없던 상황에서 보게 된 영어 인터뷰였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데 말은 더더욱 잘 나오지 않아서 아주 고역이었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끝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무슨 자신감인지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이 인터뷰 이후로 토론토로 돌아오기 전까지 어플라이를 하지 않았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이 합격 통보를 듣기까지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마냥 이 일의 결과를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에 토론토에 온 이후에 매일같이 도서관에 가서 잡 어플라이를 했다. 돈은 거의 다 바닥나고 다음 달 월세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일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밖에서는 한창 축제가 펼쳐졌지만 항상 도서관 한 구석에서 눈이 빠져라 일자리만 찾았다.


한 달 동안 200군데 넘게 지원을 했지만 인터뷰 기회는 거의 10번 정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로컬 인터뷰의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합격 여부를 일주일이 지난 이후에야 알려줬기 때문에 인터뷰를 봤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본 날에도 어플라이를 멈추지 않으며 정말 토론토에 막 도착했던 시기보다 훨씬 더 열심히 어플라이를 했다.


어플라이 시작 직후에는 한 군데에서도 인터뷰를 얻지 못했는데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지원했던 곳에서 하나둘씩 연락이 와서 이때부터는 하루에 많으면 두 군데씩 인터뷰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로컬 베이거리에 일을 구하게 되어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트레이닝 세 번째 날에 갑작스럽게 잘리게 되었다. 이유는 기존에 근무했던 사람이 일을 다시 하기로 해서였다. 잘리지 않으려고 트레이너한테 일을 빨리 잘 배운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배웠는데 이렇게 허무한 이유로 잘릴 줄이야. 여기까지 와서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 펑펑 울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트레이닝 중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자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염려하며 인터뷰를 몇 군데 더 잡아뒀었고 그렇게 두 번째로 합격을 한 곳이 있는데 바로 한인 카페였다. 그런데 비자 상태를 보더니 비자가 얼마 안 남아있다며 처음에는 못 뽑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뽑겠다며 변덕스럽게 굴어서 참 어이가 없었다. 뽑으면 뽑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비자가 얼마 안 남았다면 훈수를 두는 건 무슨 경우인지. 더욱이 이미 일 할 사람들은 모두 뽑았고 엑스트라를 뽑는 것이라며 시프트 기회를 기존의 사람들에게 먼저 다 돌리고 남는 것은 나에게 주겠다는 등 차별적인 조건을 제시할 때는 더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너무 급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서 우선 구직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인터뷰 기회가 생겨서 바로 그 인터뷰를 보러 갔다. 다음으로 본 인터뷰는 로컬 카페였고 일하는 환경이 엄청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오너가 굉장히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 잡오퍼를 받고 나서 일을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정말 일자리를 얻고 이제는 정착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않게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오피스 잡에 지원을 했는데 인터뷰를 보게 된 것이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목표로 했던 게 바로 오피스 잡을 얻는 것이었고 오고 나서 한동안은 계속 오피스 잡만 지원하고 인터뷰를 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이후에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일을 구했던 것인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올 줄 몰랐다.

한 번도 합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열심히 인터뷰를 보긴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오피스 잡 인터뷰 기회도 얻게 되어서 굉장히 얼떨떨한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이미 카페 일을 구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친구들과 한창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스팸 같아 보이지 않아 받았더니 잡오퍼를 제안하는 연락이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오피스 잡을 구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잡오퍼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토론토에 다시 돌아와서 구한 일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기존에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직종이어서 굉장히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든 일은 한 번에 겹친다고 오피스에 출근 한지 일주일 이후에 토론토에 오기 전에 전화 인터뷰를 봤던 곳에서 잡오퍼 제안을 했고, 두 번째 오피스 잡 인터뷰도 잡오퍼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미 일주일을 다녔고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마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잡오퍼를 거절했다. 다른 곳의 분위기가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더 나빴을 수도 있고 그리고 비자를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도 새로운 곳에 가서 또다시 새로 적응하려 하는 것도 지쳤던 상황이라 거절한 이유도 있다.



한국에서 취준 활동을 하는 것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미친 듯이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가끔 출퇴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게 워홀이라기보다는 그냥 한국에서와 똑같은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목표하던 바를 이뤄서 나름 성공적인 워홀이 되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게 일을 하며 워홀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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