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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POST Jul 17. 2016

영화 아이인더스카이로 본 사드 배치의 문제

비인간적인 전쟁에 인간적인 당위성의 문제 

45%?


미사일 발사 시 아이 살해 확률 45%다. 이제 50%를 넘지 않기에 미사일을 쏴도 된다. 


영화는 처음에 미군이 영국 출신의 테러리스트 지도자를 생포하려는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생포 계획은 미사일 타깃 계획으로 바뀐다. 방 안에 가득한 무기 때문이다. 생포를 위해 군대 침투 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상공 위 드론은 미사일을 장착 한 체 배회한다. 타깃을 조준하고 있다. 멀리 미국 땅에서 위성으로 드론을 조정한다. 


미군이 테러리스트를 타격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인근 마을에 사는 한 소녀가 타깃 지점 근처에서 자판을 연다. 빵을 팔려고 한다. 발사를 명령받은 무선 조종사는 아이를 보는 순간 망설인다. 그리고 미사일 피해 범위 안에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을 상부에 요구한다. 빵을 팔려는 아이를 지켜 주기 위해서다. 


테러리스트를 암살하기 위해 쏜 미사일이 무고한 아이까지 죽인다면, 여론은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들끓을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드론 무기의 비인간성에 대해 비난할 것이다. 미군은 고민하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사일 발사 시 아이가 죽지 않을 확률이 50%가 넘는다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미사일을 발사해야 아무도 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변명할 객관적인(?) 보고서가 필요하다. 



안보와 민주주의? 


안보에는 민주주의가 무시된다. 최근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성주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반대로 이전에 사드 배치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던 지역 주민들은 현재 조용하다. 오로지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성주 주민들만 들고일어나고 있다. 이상하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지역 이기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정부의 문제는 안보를 지키려는 의지에 있지 않다. 지금 정부의 문제는 안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비민주적인 사드 배치 결정 절차다. 주민들은 분노한다. 주민의 안전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점이 화가 난다. 정부 스스로 사드 배치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인정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만약 정부가 민주적 절차 과정을 성주 시민들과 함께 밟아 왔다면 지금의 반대는 없었을 것인가? 정부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아무런 의논 없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다. 시민과 정부 둘 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과연 민주주의와 안보는 함께 갈 수 없는 것인가? 꼭 대립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지켜지는 안보는 지역 이기주의로 불가능한 것일까? 모르겠다. 



객관성의 함정 


영화 아이인더스카이로 돌아오자. 영화는 45%의 위험성 평가를 필요로 한다. 이 평가가 있어야 미사일 발사의 책임이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보고서 결과가 있어야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 미사일 발사 결정은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것이지 누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는 질문한다. 45%의 확률 데이터가 진정으로 객관적인 데이터인지를 묻는다. 객관성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전쟁에는 당위성이 필요하다. 마치 드론 미사일 발사처럼 누구의 책임도 아니여야 한다. 전쟁은 피치 못할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테러분자를 죽이기 위해 죄 없는 아이를 죽이는 것이 또 다른 전쟁의 패배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이의 죽음이 미사일 발사의 당위성을 상실시키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테러로 인한 장기적 전쟁이 계속되는 현대전에서 군사력의 우위보다 전쟁의 당위성이 전쟁의 승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객관적 자료가 전쟁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객관적인 자료가 전쟁의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게 하려는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사드 배치의 객관성? 


전국을 들끓는 사드 배치 문제에 정부는 객관성을 제시한다. 주민들이 전자파에 대해 문제를 삼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자파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제시한다. 하지만 정부를 불신하는 주민들은 그 자료를 믿을 수 없다. 결사반대만이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안보는 중요하다. 그래서 이 혼란에서 필요한 것이 객관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모든 언론에서 이 객관성을 가지고 서로가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여론전을 한다. 하지만 만약 이 객관적인 자료가 영화 아이인더스카이에서 나오는 45%의 위험성 평가와 같은 보고서라면 자료가 말하는 객관성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객관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비인간적이자 매우 인간적인?


영화는 드론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대전을 보여준다. 과거 전쟁이 사람과 사람과의 싸움이라고 한다면 현대전은 기계와 기계와의 대립이 되었다. 사람은 기계 뒤로 숨었다. 하지만 피해를 기계가 보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는 더 나은 기계를 가진 적군에 의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인간일 뿐이다. 


현대전의 무기 대립은 결국 인간만을 죽인다. 영화는 이 비인간적인 전쟁에 대해 매우 인간적인 주인공을 작품 중앙에 위치시킨다. 바로 빵을 파는 아이다. 이 아이가 전쟁에 주는 새로운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는 이 세상의 미래이자 현재다. 그래서 아이의 생명은 테러리스트를 죽이기 위해 발사하는 미사일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아이는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래이다. 전쟁은 미래를 위해서 한다. 그런데 전쟁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며 미래의 가능성인 아이들을 죽인다면 전쟁의 진정한 당위성은 무엇인가? 과연 전쟁이 미래를 위한 것인가? 


미래의 아이들이 죽으면 더 나은 세상은 없다. 그렇다면 전쟁의 당위성도 사라진다. 아무 의미가 없다. 미래를 위한 전쟁이라면 아이를 죽이면 안 된다.  



객관적 자료의 진실 


안보는 중요하다. 하지만 안보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는 안보를 넘어 미래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사드 배치 시 발생하는 전자파의 영향력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사드 배치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배치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이다. 하지만 이 객관적인 자료도 의심해 봐야 한다. 객관적 자료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인더스카이가 테러리스트를 처리하기 위해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타깃을 조준하는 것처럼 사드 배치도 최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북한의 미사일 체계를 분석하고 타깃을 조준한다. 하지만 아이인더스카이가 전쟁의 승리 타이밍에서 본질적인 질문인 아이의 생명에  맞닥뜨린 것처럼 사드 배치도 미래의 아이들 성장에 대한 전자파 영향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영화는 당위성 없는 전쟁의 승리는 결국 전쟁의 패배를 가져다주는 것을 알기에, 미사일 발사를 망설인 것이다. 이때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미군의 모든 정부부처의 책임자들은 미사일 발사의 책임을 회피한다. 미사일이 발사된 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작성자를 알 수 없는 객관적인(?) 보고서가 전부일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비민주적 절차와 안보의 갈등을 논외로 치더라도, 과연 사드 배치는 미래의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인가? 만약 안전을 책임진다고 말하는 현재의 모든 객관적인 정보가 틀리면 누가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일까? 폭파의 파편 위로 45%를 말하는 보고서만 남을 것인가? 


드론은 하늘에 떠 있고 아이는 훌라후프를 돌리며 땅에 서 있다. 우리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가진 정보의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아이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안보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아닐까? 




Understand different 

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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