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출생신고에 대한 고찰
유엔 국가별 인권정례검토인 UPR(이하 UPR)에서 한국은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개편에 대한 권고를 받았다. 이 권고 내용은 보편적 출생등록(신고)을 통한 아동의 기본권 보장이다. 권고안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국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했고, 외국인 자녀의 경우에는 자국 대사관을 통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위 내용만 보면 현행 출생신고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행 출생신고의 문제는 크게 자국민과 외국인으로 나뉠 수 있다.
자국민(대한민국 국민) : 부모가 한국인으로 자녀도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다. 가족관계 증명서에 의한 법률적 신분 위치를 당연히 보장받고, 주민등록번호도 자동적으로 생성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현행 출생신고는 부모에 의해 자율적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진다. 현행법상, 부모가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해당 거주지 시. 군. 읍. 면에 자율적으로 아이를 신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출생신고를 부모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와 허위로 등록을 할 때이다. 이때 아동은 자신의 신분을 보호받지 못한다. 출생신고의 사각지대가 생기긴다.
현재 한국에서 태어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99% 이상 병원에서 출산한다. 하지만 병원은 출생증명서를 발급할 뿐, 출생신고를 할 의무는 없다. 병원에서 기록한 출생증명서는 아이의 의료적인 기록일 뿐, 아이의 사회적 신분을 보장하지 않는다.
외국인(외국인 체류자) : 합법적 기간에 체류 외국인일 경우, 자국 대사관에 아이를 신고하면 된다. 문제는 체류 기간이 지난 불법 체류자 신분의 부모이다. 이 경우 아이의 출생등록으로 부모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 아이를 신고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출생신고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아이들은 미등록된 채로 한국에서 성장한다.
이 모든 문제 발생의 원인은 부모의 아이 출생 미신고로 시작된다. 부모의 신분과 상황에 따라 아이의 출생신고가 좌우된다. 아이의 출생신고는 당연한 아이의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자율적 신고로 아이의 기본권은 침해된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법적 출생 근거가 공인된 서류상에 남아야 한다. 한 아이의 최소한의 생명권과 사회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기록이다.
현재 논의되는 출생신고에 대한 논점을 살펴보자. 먼저 현행 출생등록의 문제점을 출생 통지제도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출생 통지제도란 아이의 출생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병원에서 되는 것이다. 이는 전산체계를 통해 정부로 즉시 송부되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한 법률적 기반을 위해 우윤근 국회의원은 [출생등록제도 개선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은 출산에 관련된 병원 관계자의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지체할 시 5만 원 상당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개정안이 발의하자 전국의사 총연합은 반대 성명을 냈다.
아래 링크는 전국의사 총 연합 입장이다.
http://www.doctorsunion.or.kr/swboard/view.php?bcode=1&ctg=3&no=4988
전국의사 총연합은 "부모가 해야 할 출생신고의 의무를 의료 기관으로 돌린다"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출생신고는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부여된 의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만약 출생신고를 꺼리는 부모들이 출생 신고를 원치 않을 경우에 출산을 불법적인 곳이나 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생할 수 있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출생신고자의 의무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개정안은 출생 신고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견 없이 신고 의무자 확대만을 주장했다. 의료 기관 관계자들에게 출생신고의 의무만을 법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출생신고 변화를 위한 법안 발의는 먼저 보편적 인권 보호를 위한 의료기관과 정부와의 사회 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두어야 했다. 의료 기관에 대한 지나친 출생신고 의무 강요는 예견된 의료기관의 저항이었다.
정부는 이미 2008년 보건복지부 지원 아래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생아 출생정보 제공 전산체계 구축"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책임연구원: 박정한)
이 보고서는 이미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는 의료 전산 시스템을 정부지원을 통해 출생정보 제공 전산체계를 구축하자는 의견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급 분만 의료기관의 의사들은 다음의 조건 아래 전산체계 구축을 찬성했다. 위의 출생 통지제도 변화에 대한 법적 의견과는 상반된다.
1) 의료기관과 보건소 간의 명확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2) 소프트웨어의 개발, 추가되는 입력정보의 최소화 과정이 필요하다.
3) 자료 송부에 대한 적정 수수료를 정부에서 지급하라.
위의 조건 하에서 설문에 참여한 의사 37.5%는 무조건 찬성을 한다고 하였고 무조건 반대인 경우는 12.5%였다. 나머지 50.0%는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찬성했다. 즉 87.5%가 전산체계 구축에 찬성했다. 의사들이 제시한 자료 송부 적정 수수료는 5,000원과 10,000원이 각각 32.3%로서 가장 많았고 3,000원이 25.8%로서 다음으로 많았다.
전산체계를 통해 송부된 출산 정보는 관할 보건소나 정부 통합 정보시스템으로 자동 등록될 수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출생신고에 대한 사법적 부담은 출생정보 송부의 전산체계 구축과 관할 보건소, 행정기관, 법원의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했다.
이는 의료기관의 기존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비용과 출생신고의 부작용 발생 할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소재에 대한 의료기관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제안이었다. 이때 의료 기관의 의사들은 출생신고 전산화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보편적 출생 통지제도를 위한 법안 발의안은 위 시스템 구축이 선행된 후 논의되었어야 했다. 출생신고의 변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불이익 초래에 대한 불신감을 씻어 줄 필요가 있었다.
보편적 출생등록은 영아사망률 같은 기본적인 보건지표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출생과 출생신고 사이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도 있다. 이는 공공보건사업의 실효성을 향상 시킨다. ("신생아 출생정보 제공 전산체계 구축", 박정한)
또한 보편적 출생등록은 행정적, 사법적 영역의 인권 보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정부는 미등록 아동과 유기된 아동의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대처할 수 있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결국 출생신고의 전산체계는 부모 신분에 대한 정부 개입보다는 아동 보호권에 기반을 두어 진행돼야 한다.
출생정보 전산체계 구축이 의료기관의 사법적 책임보다는 먼저 정부와 의료기관의 행정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줘야 했다. 이는 아동인권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출생정보 전산체계는 의료기관과 보건복지부 통합관리 시스템, 관할 보건소, 관할 행정부,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통합적 관리되는 시스템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보편적 출생신고의 논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부모의 신분에 대한 인권보호 논란이다.
첫째는 자국민의 경우이다. 대부분 미혼모의 익명출산에 대한 논란이다.
둘째는 외국인의 경우이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 아이의 국적 처리 문제와 부모의 법적 체류 신분에 관한 문제가 논란이다.
두 관점 모두, 궁극적으로 부모의 신분과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외국인의 경우, 부모의 국적에 대한 아이의 국적 부여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국적 부여는 출생신고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기에 이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출생신고 자체가 국적 획득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생신고로 보장되는 아이의 의료권과 교육권 사회권은 국민에게 주는 권리가 아닌 아동에게 주어지는 인류 보편적인 인권이다. 이 인권은 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기반을 둔다.
출생신고로 부모의 신분이 노출된다? 부모의 신분을 보호하자는 의견이 많다. 현재 논의되는 미혼모 신상 공개 보호를 위한 내용을 살펴보자.
현재 대한민국 신분 증명 방법은 '가족관계 증명서'이다. 하지만 가족관계 증명서는 미혼모와 자녀의 관계가 노출된다. 이에 정부는 '가족관계 일부사항 증명서'로 문제의 대안을 말하지만, 이 증명서에는 '일부사항'이라는 내용이 서류에 명시되어 있어 실질적인 미혼모의 인권보호를 하지 못한다.
http://blog.naver.com/wjsdudgus81/10168368880
(가족관계 일부사항 증명서 예시)
그래서 미혼모의 신분 노출을 우려해서 '일부사항 증명 방식'을 기본 공시로 하고 필요시 '상세증명 증명서'를 청구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세증명 증명서는 청구권자인 본인으로 한정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일부사항의 기본 공시는 또 다른 가족관계 증명에 대한 진실성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부모의 익명성을 위해 익명출산제도를 주장한다. 하지만 익명출산제도의 활성화는 모자관계가 기재되지 않은 채 입양기관을 통해 합법적인 입양을 할 수 있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요구일뿐이다. 이는 아동의 파양, 아동 학대, 국적 상실, 알 권리 침해, 아동 매매와 같은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 같은 문제 발생의 과거로의 회기가 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
결국 논의되어야 문제는 출생신고의 익명서가 아니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모의 신분 보호이다.
보편적 출생신고를 위해 발의된 출생통지제도에 대한 대법원의 검토 사항을 살펴보자. 대법원은 아래 항목과 같은 고려사항을 제시하였다.
1) 유관기관인 의사 협회는 강한 반대 의견
2) 등록관서, 병원, 등록관서 간 전산 시스템 장비 필요
3) 대법원 규칙 및 예규, 보건복지부령 및 지침 등 관련 규정 재. 개정
4) 등록관서 및 병원의 업무 준비 및 직원 교육 필요
5) 외국인 등록제도 시행을 위한 국민적 합의
6) 외국인 등록제도 시행을 위한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 및 관련 법령 개정
대법원은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일관적이고 통합적인 정부 부처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경림 의원이 대표 발의한 2016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는 "출생신고 희망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적인 영역에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공적인 영역에서 개입하는 경우 그 주체가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UN 아동권리협약 제7조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등을 고려할 때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그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라고 출생신고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결국 출생신고의 변화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보 구축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출생신고에 대한 외국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병원 또는 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출산 시설에서 아이 출생 시 출생증명서에 서명한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이 지역 등록 관리부에 출생 사실을 등록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뉴욕주는 병원의 책임자나 지명된 대표자가 개인 자료를 획득하고 출생증명서를 준비하여 증명서에 요구되는 서명을 보증하고 그것을 등록관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영국은 분만이 일어난 병원에서 그 병원이 있는 지역의 호적 사무소(registrar office)로 출생 시로부터 36시간 이내에 출생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출생등록의 의무를 지고 있는 자는 신생아가 태어난 후 42일 이내에 출생 병원이 있는 지역의 호적 사무소로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 호적 사무소는 병원에서 알려온 출생 명부를 바탕으로 출생신고 의무자가 법정기한 내에 출생신고를 하였는지의 여부를 확인한다.'
'캐나다의 경우는 출생등록에 관해 출생통지제도와 출생증명제도를 두고 있다. 출생 시 입회한 의사, 조산사 등에게 출생 통지 의무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출생등록은 원칙적으로 부 또는 모가 해야 하지만,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그 의료기관의 장에게도 출생등록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부모의 인적사항, 아동의 인적사항, 부모와 아동의 건강 정보를 포함한 출생 고지서(Birth Notification Form)를 작성하여 퇴원하기 전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 병원은 해당 양식을 등록사무소(Register's office)에 보내 아기의 출산을 알린다. 이 보고서는 국립 출생 신고 체계(National Perinatal Reporting System)에 등록되어 관리된다. 또한 부모는 해당 아동의 출생을 종합등록사무소(Genral Register Office)에 신고하여 출생등록 과정 완료 후 출생신고서를(Birth certificate) 발급받는다.'
마지막으로 출생등록 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 아이가 있다. 부모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 출산과 함께 한국인이 된다.
한국 국적 -> 출생증명서 발급(병원)->동사무소 (출생신고) 신고 누락 -> 가족관계 등록(국적 부여)->주민등록
위의 과정은 출생신고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의 미신고로 인한 아동 보호권 침해이다. 미신고는 아동이 국가의 어떤 도움도 받을 근거가 없다.
다음은 부모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이다.
한국 국적 미보유(난민, 미등록, 무국적)->출생증명서 발급(병원)->동사무소(특종 신고)-> 신고수리 (공적 효력 없음),
위의 과정 또한 출생신고의 과정이다. 현행 국내법에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시. 읍. 면 장이 출생신고 접수순서에 따라 이를 특종 신고 서류 편철장에 편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신고 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신고 수리서는 아무런 공적 효력이 없다. 즉 이 서류 자체로 출생신고를 증명하지 못한다.
위 두 과정 모두, 출생신고 미신고 시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 사각지대의 그늘이 아이에게 상당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출생신고 과연 이대로가 좋을까? 위 내용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일까? 결국 아니다. 한국이라는 한 사회에서 함께 사는 한 한국에서 태어난 생명에 대한 기본권 보호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결이 되어 있다.
세상에 태어나 아무도 보호하지 않는 아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부모도 국가도 심지어 그 어느 누구도 갓 태어난 한 아이를 못 본체 하면 안 된다.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전인 문제가 뿌리체 흔들리게 된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는 단순히 이해관계의 집단 논리나, 누군가의 신분보장에 그치지 않는다. 보편적 출생신고(등록) 제도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는 갓 태어난 한 생명에 대한 인류의 근본적인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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