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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POST Feb 08. 2016

퓨리

전쟁은 어쨌든 참혹하다

살아남은 자


전쟁의 가장 큰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다. 전쟁의 승리는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성해 나가며 살아남는 거, 그게 내가 할 가장 큰 목표이다. 어제 함께 웃었던 이가 오늘 없고 어제 함께 밥 먹었던 이가 오늘 죽었다. 왜 이 전쟁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얻고자 이 전쟁을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오늘 살아야 하고, 내일도 살아야 한다. 도망가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니 도망도 갈 수 없다. 도망간 들 나에게 주어진 무기가 없으니 이 또한 두려움이다. 차라리 공격하는 게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을 죽여야 내가 산다.



신념?


나에게는 무슨 신념이 있을까? 내가 오늘 어떤 신념을 가지고 이 지긋지긋한 전쟁터에 있는 것인가... 특별한 신념은 없다. 난 그저 군인이다. 명령을 수행하면 된다. 수행해야 한다. 죽여야 한다. 막아야 한다. 여기서 죽어야 한다. 난 총을 잡은 이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음악 그리고 사랑


음악을 듣는다. 좋다. 표현도 단순해진다. 그냥 좋다. 그게 다다. 더 좋은 표현도 더 멋진 표현도 할 수 없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오는 총알에 대한 두려움에 긴장된 내 어깨도 음악의 선율에 잠시나마  이완되고 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깊게 감상하기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살짝살짝 느끼는 이완된 나의 마음이 섹스의 흥분 보다도 더 나를 짜릿하게 한다.


하지만 음악을 계속 듣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빨리 빠져나와 내 목숨을 살려야 한다. 그 짜릿한 흥분보다 내게 더 간절한 욕구가 있다. 



임무


두렵다. 멀리서 들리는 SS친위대의 군가 소리가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도망가고 싶다. 여기 있으면 죽는다. 내 죽음이 명확하기에 난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도망간 들 살 수도 없다. 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상 나는 살 수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오늘 산다고 내일 사는 것이 아니며 내일 산다고 모레 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게 남은 것 하나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 그것만이 내가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 여기서 내 임무를 지키자. 임무! 그게 내가 지킬 것이다.


임무에 대한 복종이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그 길을 걷는 것이 이 미칠 것 같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생각하기 싫다. 난 사람을 죽이지도 않는다. 단지 임무만 완성할 뿐이다. 그게 내가 할 유일한 일이다.



퓨리


퓨리. 우리의 탱크 퓨리. 이 탱크에서 난 죽는다. 퓨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내 죽음을 슬퍼하는 것인가. 마치 주인을 잃은 개처럼, 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전쟁은 끝났다. 사실 처음부터 이 전쟁의 종결을 기대하지 않았고, 나에게 의미도 없다. 단지 나에게 전쟁이 끝난 것, 이것이 내게 중요했다. 이제 전쟁이 끝났다. 이제 난 편안하다. 나의 긴장된 근육도 이제 편안해지고 있다. 아 좋다. 섹스의 흥분보다 더 흥분되고 짜릿하다. 점점 졸린다. 이제 푹 자야겠다.



Understand different

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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