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20대, 스위스에서였다. 뒤늦게 간 영국 어학연수, 그곳에서 만난 스위스 친구. 그 친구가 읽고 있던 책이었다. 그때 내 나이는 27살이었고, 그 친구는 이제 21살이었다.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았다. "자본주의와 자유"라고 말한다. 어려웠다. 놀랐다. 그리고 뭔가 패배한 느낌이었다.
스위스는 인상 깊은 국가이다. 스위스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이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친구 앤디가 읽던 그 책은 6살이 많은 나는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주제였다. 대학생 때 나름 책 좀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왜 강대국이 강대국인지 새삼 느끼는 사건이었다.
스위스는 7개의 지역으로 나뉜 행적 구역에서 각자 한 명의 지자체장들이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하는 나라다. 그리고 모든 안건은 주민 투표로 붙여지는 직접 민주주의 국가다. 어떻게 이런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보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스위스는 지역마다 언어가 다르다. 불어를 쓰는 지역, 이탈리아어를 쓰는 지역, 스위스 저먼 (독일어)를 쓰는 지역이 있다. 공통어로는 독일어를 쓴다. 놀라웠다. 언어도 다른 그들은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고 있고, 무엇보다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국을 유지하며 국가의 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스위스 친구 앤디의 독서 모습에 스위스의 힘은 바로 여기서 오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자신들의 정치 이야기를 하는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는 여전히 밝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앤디 친구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바로 자동차 회사로 취직한 친구였고, 앤디는 학업과 회사를 병행하는 친구였다.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는 나에게 충격적인 책으로 20대의 공허함을 파고들었었다.
한국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돈을 가장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돈이 있을 때 우월감을 가지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물질적 욕심의 테두리에 갇힌 사고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의 미성숙함만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는 마치 부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비 인간적이며, 유물론적인 물질 만능주의에 갇힌 시스템이라는 견해를 말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상위의 포식자가 되고 싶어 한다. 참 비인간적이다. 자본주의는 정말 비인간적일까? 과연 그럴까?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은 놀랍게도 1962년 쓰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50 년 전에 쓰인 이 책이 마치 엊그제 나온 경제 시사지의 사설 같은 느낌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리드먼은 자본주의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근간으로 정책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선한 동기(?)에 의한 사회적 정책도 예상치 못한 "외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심지어 이 사례들 중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영역도 나오는데, (50년 전이다.) 그가 최저 임금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이 실직을 당할 때와 그리고 기술력 없는 이 노동자가 어떠한 경제적 활동도 참여할 수 없는 존재가 될 때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한다. 국가의 사회적 정책 개입이 가져다 주는 개인의 자유의 박탈을 다룬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50 년 전에 쓰인 책인데, 그가 염려하던 50년 전의 고민이 2017년인 현재까지 적용된다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과연 이들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집산화된 단체의 이익 주장이 결국 개인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자본주의는 발전보다는 퇴보를 한다고 결론짓는다. 그의 모든 주장이 모두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 사회 정책이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가 오히려 개인의 복지를 더욱 튼튼히 보장한다는 그의 설득력 있는 주장은 충분히 읽어볼 만 하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다양한 수식어와 정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이 정책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정책이 그렇고, 임금 정책도 가끔은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일까?
수학적인 접근보다는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또한 철학을 기반으로 시작된 것은 아닐까? 어떠한 철학적 사고가 기반이 되어 있느냐에 따라 경제의 순환 구조도 다르게 굴러가지 않을까?
밀턴 프리드먼의 고민은 50년 이 지난 지금도 막 잡은 생선처럼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인다. 그의 진지한 인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이 지금도 읽혀지는 이유다.
이 책은 동문 서점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책에 대해 약간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번역이 조금 아쉬웠다. 의역이 조금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독자가 한정된 텍스트 안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문장과 문장이 조금 더 매끄럽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가시적으로 보여줬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핵심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동문길 114
동문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