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동문 서점 독서 모임
"... 진화 심리학은 유전자 번식 경쟁에 따른 인간종의 공통심리에 관심이 있고, 정신분석학은 각 개인의 과거 경험에 따른 현재의 다양한 심리상태에 관심을 보인다. 즉 인간의 무의식적 마음의 기원을 진화심리학은 유전자에, 정신 분석학은 유아기의 경험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예컨대 인간은 왜 그런가는 뇌과학, 남자들은 왜 그런가는 진화심리학, 저 인간은 왜 저런가는 정신분석학 이러지 싶다..."
-독서 모임 멤버 독후감 내용 중 -
독서 모임은 배움이다. 다른 생각은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일상의 심리]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공통된 책을 선정하여 독후감을 써온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느낌의 독후감이 나온다. 그래서 재미있다.
두 번째 모임에서 다루었던 [프로이트의 의자]는 무의식과 의식에 관한 이야기다.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각자의 무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시고, 의식적 노력이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주 동문 서점의 독서 모임의 힘은 아래 세 가지 기준에 있다.
독후감은 필수이다. 어떤 사람들은 1달에 한 번 모임을 하는데, 시간 간격이 길지 않냐고 묻는다. 1달은 길지 않다. 대부분 한 달의 한 번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모임을 통해 깨닫는다.
1 달에 한 번 모이면 해당 책을 확실히 읽고 와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독후감을 쓰기가 어렵다. 2번 독후감 미제출 시에는 강제 퇴출을 당한다. 하지만 대부분 각자의 독후감을 착실히 써 오신다. 왜? 독후감이 중요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독후감을 통해 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 그냥 훅 훑어 지나가버리면 자신의 독서가 되지 못한다. 정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정리라는 작업은 매우 고난한 작업이기에 머리가 아프다. 기억을 되살려 내용을 정리하려는 순간, 도무지 그동안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독후감을 쓸 때는 책을 다시 뒤적이며 중요한 부분을 찾는다. 독후감을 책을 이해하는데 매우 좋은 도구이다.
독후감은 독서 모임을 더욱 활기차게 한다. 모임 전, 이미 각자의 독후감을 머릿속에서 리마인드 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쉽게 흘러간다. 토론은 토론의 꼬리를 물고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독후감의 내용들은 토론의 마지막까지 다양한 키워드로 테이블 위에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3시간이라는 모임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독후감을 통해 이야기가 한번 정제되기 때문에,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깊은 심연으로 들어간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간을 확 줄인다. 서로의 서먹서먹한 관계와 시간 간격을 상당히 좁히는 역할을 한다.
모임에 중요한 것은 통제된 시간과 집중이다. 공간과 시간의 집중 시간이 필요하다. 산만한 생각과 산만한 일상의 피로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은 항상 필요하다. 방해받지 않는 '우리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마음을 편안히 자신의 이야기들을 내려놓는다. 안면 없는 사람들끼리 책이라는 주제로 함께 모여 이야기한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상호작용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통해서 치유되고 자신을 찾아간다는 점이 즐겁다. 동문 서점의 주제가 "균형과 정체성"인데 독서 모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주 좋은 모임이다. 모임을 통해 각자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내면을 더욱 단단히 하고 유연하게 한다. 사람들이 얼굴이 변하는 모습이 독서 모임의 결과인 것 같다.
독서 모임에는 진행자가 매우 중요하다. 누가 어떤 진행을 하느냐는 독서 모임의 질(Quality)을 정한다. 진행자가 모임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행자는 각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다려줘야 할 때는 기다려줘야 하고, 누군가 소외되고 있을 때는 이끌어 줘야 한다. 토론의 흐름 속에서 맥을 잡아야 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독서 모임을 통해 즐거워야 한다.
진행자는 시간 배분을 통해서 주제의 흐름과 각자의 이야기를 적절히 퍼즐처럼 맞추는 능력이 요구된다. 독서 모임의 이야기들이 체계적으로 쌓여 나갈 때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잘 배분하는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진행의 힘이다.
물론 독서 모임이 진행자 없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움도 어느 정도 체계적인 틀을 제공해 주는 틀 안에서 더욱 발전한다.
독서 모임은 친목 모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은 모임을 통해 자신을 만난다. 타인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좋다.
독서 모임을 통해서 전주 서점 거리가 북적대면 좋겠다. 사람들이 책에 대해 소비하고 각자의 삶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멋진 모습들을 상상한다. 그것이 동문 서점이 꿈꾸는 동네 서점의 자아상이다.
전주시 동문길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