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북 스테이를 만나다.

독립 서점 버티기

by HR POST

서점을 위한 노력


사실 서점 운영은 낭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자신만의 내심 강한 믿음이 있다. 큐레이션 된 책을 손님들도 볼 것이라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점을 운영하면 수익이 안 날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책은 구경하는 것이지 읽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다...


책을 구경하는 분들은 많지만, 구매하지는 않는다.

책을 구매하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행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책은 무겁다.

무겁기 때문에 소지하고 있으면 짐이 된다. 책꽂이에 몇 권의 책만 있으면 된다. 많은 책이 있으면 무엇하랴?


2. 책은 빌려 보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도서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책을 왜 사서 보는가? 그리고 책을 소지한다고 해서 다시 읽을 것도 아니다. 한 번 보고 모셔 둘 책, 굳이 살 이유가 있을까?


3. 깊은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세상 살면서 넓고 얇은 지식만 필요하지 깊은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세상에 필요한 기술적인 능력도 다 익히지 못하는 시간인데, 굳이 책까지 보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 책이 재미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적다.


그렇다면 책방 주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뭐야!(짜증) 사람들이 책도 안 읽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어!!!"(훈계)


이런 피드백을 보내야 할까? 최소한 책방 주인으로서는 건강하지 않은 피드백이다.




책방 주인은 그냥 책을 모셔놓고 "사 가세요. 그럼 제가 이윤을 얻을게요."라고 말하는 베짱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낭만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되고, 자신의 낭만이 마치 현실의 이상인 양 허세를 떨어서도 안 된다.


난 책방 주인은 책방 주인 나름대로 최대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정착하는 것. 그것이 책방을 사업자로 둔 사람의 최소한의 의지가 되어야 한다.


농부가 자신의 채소를 팔기 위해서 원스톱 직거래 매장을 만들듯이, 깨끗한 일 등급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듯이, 책방 주인도 좋은 책을 발굴하고 좋은 책을 추천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낭만을 넘어


낭만 속에서 책방을 운영했다. 그리고 적자에 허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그만 두기로... 하지만 그 낭만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책방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더 큰 낭만을 계획해 보았다. 그건 바로 손님이 운영하는 책방이다.


어느 날 본 스코틀랜드의 위그타운의 북샵 이야기를 보았다. 여행객들이 놀러와 머물며 책방을 운영하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돈을 내고 숙박을 하며 책방을 운영한다. 묘한 광경이었다. 돈을 내고 일을 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저건 뭐지?' 처음에 그 광경을 보고 놀랐다. 어... 한 참을 멍하니 있다가 "유레카"그래 저것을 해보자. 내가 안고 갈려고 꽁꽁 애쓰지 말고, 오히려 손님들을 신뢰하며 그들에게 맡겨 보자. 그래서 서점 체험을 시작했다. 손님에게 돈을 받고 책방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미친 짓이다. 손님들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동문서점 북스테이 후기 (에어비엔비 후기에 등록된 글)



서점과 카페와 숙소와 테라스까지 하루 12000원으로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점 운영, 독립서점, 카페 운영, 저렴한 독채, 전주의 핫플레이스(객리단길&한옥마을)과의 접근 편리성 등 이 중에 한 가지라도 관심 있으시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참여형 북 스테이'라니,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신청했어요! (전주 시민이라 잠은 집에서 잤어요) 차곡차곡 쌓여있는 일반 책장 배열과 달리 책 하나하나가 공간을 여유롭게 차지합니다 요즘 책은 다 예뻐서 표지 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ㅎㅎ 동문서점을 사랑했던 이유는 특유의 책 냄새, 아담하지만 탁 트인 공간, 원목색 인테리어가 주는 따스함 같은 것에 있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스팟은 2층 긴 테이블 자리에요. 3m50cm짜리 책상이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졌다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스트 분께서 아주 친절하세요. '빌린다'라는 느낌을 전혀 갖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정말 주인이 된 기분으로 남의 것이니 조심하고 잘해야 된다는 강박감 없이 친구들도 놀러 와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루 종일 원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책도 읽고 아주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스테이 후 알게 된 동문서점의 또다른 매력 베스트셀러만을 고집하지 않는 독립서점의 여유 '요즘 책'들은 거의 알던 제가 몰랐던 좋은 책들이 많아 좋았어요! 또한 장르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소설 위주로 읽던 제 독서습관을 반성했습니다ㅎ 힙한 캘리그라피 대표님의 언밸런스한 매력 캘리그라피와 서점의 이미지는 정적인데 대표님 본인은 아주 영하고 열정적인 분으로 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분이었어요! 북스테이 하는 동안 캘리그라피 수업도 받아보고, 예쁜 포토&캘리그라피 엽서도 선물로 받았어요!! (사진은 저희가 고른걸 자리에서 바로 프린트해주셨어요) 조용하고 아늑한 동문서점과 어떻게 발맞춰 나갈지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ㅎㅎ


사람들이 호응하고 이미 6월 첫째 주까지 예약이 차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숙박 문의를 해 오지만, 책방 운영이 아닌 목적일 경우 숙박을 거절한다. 철저히 책방 운영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돈은 그다음이다.


동문서점 에어비엔비는 숙박이 목적이 아니다. 숙박은 별도의 옵션일 뿐이다. 그래서 숙박 시설이 그리 좋지도 않다. 숙박 시설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실망이 크실 것이고, 나쁜 후기도 많이 쓰실 것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한다. 숙박 시설이 좋진 않다. 에어비엔비에 올린 사진 그대로이다. 숙박을 기대하고 오시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전주 서점 체험 예약 문의 : https://www.airbnb.co.kr/rooms/23844589?s=51 (에어 비엔비)



서점 체험


서점 체험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전달해 주고 있다.


우선 '쉼'이다.


전주동문서점 스테이는 '일'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쉬려고 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고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신다. 판매되는 차들도 대부분 제조하기 편한 음료들이다. 커피는 기계로 내리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고, 차는 티벡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에이드도 자몽청, 레몬청을 계량 국자로 뜬 다음, 초청수를 부어 마시면 된다.


한가하다.


사실 동문 서점은 매우 한가하다. 책이 많지 않기에 일반 서점처럼 붐비지 않는다. 호기심에 들어와 금방 나가시기도 하고, 책 종류가 적어서 서점인가 의심하는 분들도 계신다.


동문 서점은 큐레이션 책방으로, "균형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상, 심리, 역사, 경제, 사회 등에 연관된 책들을 선정하고 판매한다.


그래서, 한가롭게 앉아서 음악을 틀고 서점을 운영하시면 된다. 최소 4시간 운영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운영시간이 공지되었을 때, 또 다른 손님이 머물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배려다.


사실 4시간 동안 매우 조용하고, 읽고 싶은 책을 하나 골라 차와 함께 보시면 된다.


서점에서 잠시 쉬고, 가벼운 마음으로 전주를 거닐면 된다. 동문 서점 위치는 전주 관광지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에는 매우 좋은 위치이다.


독서의 시간


대부분 여행을 떠나며 책 한 두 권 정도를 가방 안에 넣는다. 하지만 책을 다 읽는 경우는 흔치 않다. 책보다는 다른 것들이 많기에 사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행마저도 매우 바쁜 일상이 되어 쫓기는 경우가 많다. 가끔 여행이란 편안하게 쉼을 얻고자 떠나는 것인데,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기대감보다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매우 피곤하다.



만남


여행에서의 만남은 다양한 만남이 존재하겠지만, 동문 서점의 만남은 우선 '책과의 만남'이 먼저다. 책과 만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독서는 누군가가 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문 서점 스테이는 나를 만나는 새로운 여행이 된다.



전주 동문 서점의 불빛


지난 주도 누군가 책방에 머물며 책방을 운영하셨다. 어두워진 동문길을 밝게 비춘다. 불빛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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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앉아서 밤의 서점을 즐긴다. 길게 읽지 않아도 많이 읽지 않아도 된다. 한 문장을 곱씹어 오랫동안 생각해도 된다. 그저 편안하게 잠시 동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그 시간이 자신에게 주는 여유라는 선물이 된다.


좋은 후기와 좋은 만남을 통해서 전주 동문 서점 북스테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신다는 점이다. 만족한다.


이 새로운 실험에 북스테이를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


전주 동문 서점 북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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