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주제 없이, 하루의 일상을 적어 본다. 1달에 한 번, 전주에 올라간다. 보통 독서모임 날짜에 맞춘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2시간 남짓 가면 전주 동문 서점에 도착한다. 도착하면, 가게를 둘러 보고, 모자란 청소를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서점 일들을 한다.
오늘은 특별히 전주 동네 서점 모임이 있었다. 처음 모임에 참석했는데, 전주에 다양한 책방 지기님들이 함께 모여 더 나은 독서 문화를 위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특히 9월 '전주 독서 대전'에 동네 서점만의 부스가 마련된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참 좋은 취지이자 동네 서점의 의미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동네 서점이란 무엇일까?'라는 궁극적인 궁금증이 몰려왔다. 일본의 오래된 서점, 뉴욕의 독립서점, 유럽에 있는 다양한 작은 서점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동네 서점이란 무엇일까? 일종의 트렌드 일수도 있고, 책방 지기의 낭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점의 생존은 분명히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어야 하기에 현실적인 "장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낭만은 결국 현실인가...???
사실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를 봐야 한다. 일본과 뉴욕, 유럽은 한국 시장과 다르다. 한국 시장은 단순히 물류 개념을 뜻 하지 않는다.여기서 시장이란 문화의 개념이자,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다.
1달에 1번 독서 모임을 하고 있지만,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든 삶을 살고 있고, 내 몸조차도 한 달에 한 권을 읽는 독서 습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독서가 라이프 스타일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서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의 변화를 위하여?
그냥 하고 싶어서?
사실 현재 동네 서점은 어떠한 숭고한 신념 없이는 하기 힘든 장사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돌파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시장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 방법이 실패하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사실 책방은 다른 사업에 비해서 초기 자본이 적게 드는 사업이다. 진입 장벽이 낮다. 하지만 낮은 만큼 성공하여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실패해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서점 망한다고 죽을만큼 빚에 허덕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처음에 고민했다. 너무 나만의 주제로 책을 선정하는 것일까? 책방에 들어와 책만 훅 훑어 보시고 나사기는 분들이 많아서... '나만의 편협된 큐레이션일까?'라는 의심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의심은 책을 더욱 구매하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서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책들을 입고하여 진열하기도 했다.
물론 유명한 베스트셀러,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 그런 책들이 잘 팔리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내 살림 살이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재고가 더 쌓이면 쌓이지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이라면 차라리 '원하는 책 들이나 큐레이션 하자.'라는 생각으로 점점 바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서재를 보면, 원하는 책은 팔리지 않아도 책장에 꽃여 있으면 기분이 좋은데, 원하지 않았던 책들은 뭔가 불편했다. 그리고 조바심이 생겼다. "언제 팔리지..."
"균형과 정체성"으로 책을 선정하고, 대중의 생각과는 다른 책들을 선정할 수도 있고, 읽고 싶은 책들을 선정할 수도 있다. 이게 처음 서점을 시작한 마음이 아니었는가...
동문 서점은 동문 서점만의 책들로 가득 채워야겠다. 그게 오늘 내린 나의 생각의 종착점이었다.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던 책들도 입고하였는데, 한 권을 놓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한 권이 여러 권으로 놓여도...
서점을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가 세상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의 출발 때문이었다. 특히 언론과 방송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가끔 균형감 없는 단편적 지식의 강요에 나로서는 매우 불편했다. 누군가의 편집된 지식보다는 나만의 지식을 정리하기 원했다.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 중요한 점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비교하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론이었다. 그래서 정치인을 믿지 않았고, 기업인을 믿지 않았다. 나에게 믿음이란 특정 대상이나 특정인의 신념이나 구호가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믿음과 주장은 단지 내가 판단하고 생각해 볼 그들의 주장일 뿐이었다. 그게 유권자로서의 나의 정체성 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했다.
책은 각자의 주장을 목차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이 목차의 뒷받침으로 구성되고 완성된다. 그래서 단편적인 말로 쓰인 글들은 금방 그 깊이를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잘 구성된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에 빠져들게 된다. 신문이나 인터넷 글을 보면서 깊이에 빠져들기는 어렵다. 우선 구성이 미약하고 메시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 편 가르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식도 편이 갈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이 사유에 있다. '생각의 탄생'의 말처럼, 인간만의 생각의 탄생을 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동물이 사유(?)를 할까?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여 문자로 남길 수 있을까? 흉내(이미테이션)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만이 하는 사유의 능력은 따라 하지 못한다. 동물이 인간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인간은 동물이 될 수 있다.
요즘 에어비엔비 고객님들이 오시면서 책에 대한 큐레이션에 대해서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된다. 짧은 여행이지만 전주에 머물며 잠시 자신의 인생을 고민할 때 동문 서점은 과연 어떤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잠시 머무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많은 책을 사가는 장면 보다. 한 사람이 들어와서 여유롭게 앉아 한 권의 책을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동문 서점이 고민하는 일이다.
그 와중에 존엄이라는 책을 추천한다.앞으로 더 좋은 책들을 추천하려고 한다.
동문 서점
전주 동문 서점 북스테이 체험 예약 문의 : https://www.airbnb.co.kr/rooms/23844589?s=51 (에어 비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