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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POST Jun 09. 2018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읽고

1. 궁금증? 

그는 왜 탈북을 했을까? 북한의 고위급 인사라면 충분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수 있을 텐데... 그가 말하는 북한의 실상은 무엇일까? 적대감만 부각할 때 객관성을 잃는다. 진짜 북한 내부를 보고 싶은 호기심. 이 책을 구매한 이유다. 

꽤 두꺼운 이 책을 읽고, 책을 구매하기 전에 가졌던 많은 물음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저자의 두려움, 갈등, 현 북한 체제의 현실, 그의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북한 고위층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가 탈북한 이유는 자녀에게 주고 싶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북한 정권의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2. 뭔가 정제된... 

책은 상당히 두껍다. 그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이야기들, 최근 북한의 정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망라한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실상에 대한 폭로보다는 문장 하나하나에 뭔가 정제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탈북자의 신분 때문이었을까? 탈북자들은 자신의 탈북으로 지인 중 누군가는 북한에 보복을 받는다. 누군가를 인질로, 가족을 숙청하고, 지인과의 관계를 볼모로 사람을 협박하고 자유를 빼앗는다. 마치 연좌제로 주변인들이 정치범 수용소를 가는 비극을 맞이하기도 한다. 저자의 탈북도 두 아들이 영국에 함께 유학을 오게 되었을 때 실천한다. 자신의 글로 북한에 거주하는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좀 더 속 시원한 이야기는 하지 않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는 문맥 사이에 생략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통일에 대해서 더 절박하고 자신의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 빨리 통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부인이 "더 열심히 살자"라고 아들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묵직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3. 북한 개혁에 새로운 접근 (인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단순히 북한을 비방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남북화해 모드 시대에 찬물을 붓는 그의 저서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의 책을 직접 읽어보면, 그의 글이 단순히 북한을 비방하는 단편적인 비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북한 인민에 대한 애정이 있고, 특히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어려운 주민들에 대한 지도층의 양심 고백을 한다. 북한 정권이 이용하는 정치범 수용소, 권력 유지를 위해서 무참히 가해지는 숙청과 처단, 북한 지도층의 이중적인 삶, 그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구조적으로 풀어 헤치며 자칫 자극적인 묘사나 설명으로 북한에 대한 두리뭉실한 부정적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을 지양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구조적 문제 인식을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말하는 대북제재 강화가 가져오는 북한 시장의 변화는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역설적인 발상이었다. 대북 제재가 북한 시장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여 많은 주민들이 고통 속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제재가 더욱 강화되면 비싼 가격에 수출이 되던 자원이 싼값으로 내수 시장으로 유입되어(빼돌려) 시장가격 변동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로 인해 시장이 더욱 활성 해진다고 역설한다. 이건 현재 북한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역발상이라고 생각했다. 


4. 대북 제재가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킨다고? 

현 남북 화해 모드에 의구심을 제기하면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응원을 못해줄 만정 왜 방해를 하냐? 그러면 어떤 해결책이 있냐?'라는 등의 말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좀 더 현실에 대해서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북한 정권이 말하는 체제 보장이라는 말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단순히 사회주의 공산주의 보장인지? 북한을 중국과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오버랩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같다. 여전히 북한은 독재 정권을 통한 공포정치를 구현하고 있고, 정권에 위배되며 처형을 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사람들을 보낸다. 기본적인 법치의 틀 자체가 부재하다. 북한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남북한 화해 모드가 진정으로 평화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6. 통일이란? 

그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은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핵이 현재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마지막 공포 정치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비핵화는 어떤 의미도 부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민(주민)들을 노예의 상태로 정의한다. 모든 것에 자유가 없고, 김 씨 일가의 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의 목숨, 그것이 북한 정권의 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을 무조건 비난만 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저자도 북한 변화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어느새 시장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기 시작했고, 많은 재화들이 장마당이 아니면 교류가 안 되며, 북한 주민들도 북한 정권에 상점 보이콧 같은 투쟁을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방송 콘텐츠들을 목숨의 위협에도 돌려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지는 본질적인 자유에 대한 자각 능력이 스스로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북한이 변화되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바라보는 통일이란 정권 차원에서의 교류보다는 북한 주민의 내부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내전과 반란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욕구가 북한 사회에서 태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6/12 북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세상은 들떠있다. 하지만 기대감 속에 객관성을 잃고 있지는 않는지 반문할 필요는 있다.  

3층 서기실의 암호. 김정은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3층 서기실에 떨어진 진짜 명령은 무엇일까? 3층 서기실의 진짜 암호를 푸는 순간, 통일은 그리 멀지 않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 태영호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대한 독서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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