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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이 오르는 원리

손해 볼 수는 없다.

by HR POST

젠트리피케이션


열심히 일 했다. 그리고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건물주가 나가라고 한다. 임대료 협상을 했다. 그런데 너무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쫓겨 난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억울한 이야기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잘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있다. 권리금은 왜 생기는 것일까?



1. 권리금의 유혹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이슈는 "권리금"이다. 사실 임대료 상승은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장사를 잘 하는 집은 만약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 버린다. 상권 상관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입소문 타고 이사 간 곳으로 몰려온다.


문제는 애매한 초기 장사꾼이다. 실력은 애매하다. 그런데 장사는 "목"이라고 좋은 "목"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장 조사를 한다. 그리고 발견한다. 권리금이 있는 가게들.


유혹: 만약 저곳에 터를 잡는 다면, 돈을 벌 것 같다. 유동인구도 많고 주변 상권도 중첩되는 것이 없다. 최고의 입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전 장사하는 사람이 터무니없는 권리금을 요구한다. 시설은 거기에서 거기인데, 그동안 장사해서 이곳을 유명하게 했으니 비싼 바닥 권리금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5000만 원!!!!


5000만 원 이란다. 헉~~~ 너무 비싸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그래도 이곳에서 장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우선 유동인구가 많다. 충분히 5000만 원 돈을 벌 것 같다.


잠깐 고민을 한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를 물색한다. 권리금이 없다. 임대료도 낮다. 그런데 사람도 없다. 이곳에서 장사가 될까? 역시 장사는 "목"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메아리친다.


모르겠다. 어디를 계약할까?


그래 장사는 도전이다.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은행에 간다. 집 담보로 5000만 원을 대출 하고 권리금을 낸다. 원래 있던 내 돈으로 멋지게 인테리어를 마무리 한다. 장사를 할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2. 임대차 계약서


드디어 건물주와 계약서를 쓴다. 2년 계약에 재계약 약속 3년 총 5년을 보장받는다. 이미 권리금 5000만 원을 썼으니 최소 5년은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건물주와 웃으면서 헤어진다. 건물주가 열심히 하시라고 인사말을 건넨다.


열심히 가게를 한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한다. 만약 장사가 생각보다 안 되면 어떡하지? 권리금은 다음 임차인에게 받으면 되는데, 임차인이 안 나타나면 계약 기간 5년 동안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야 헛생각을' 괜한 생각을 한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바쁘다.


2년 후...



의외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떡하지... 매월 나가는 월세가 두렵다. 세금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상권에 사람들은 많지만, 우리 가게로 들어 오지는 않는다.


어떡하지... 가게를 내놓아야겠다. 그런데 억울하다. 옆집은 장사가 잘 되는데 우리 집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 상권은 좋으니... 대충 장사를 하면서 가게를 내놔야겠다.


그런데 여기 주변 권리금 시세가 8천으로 3천만 원 올랐다고 한다. 그래 8000만 원 받고 나가면 그동안 장사 안 된 것 만회할 수 있겠다. 1년 동안 잘 버텼으니 손해는 보지 말자. 권리금을 더 받자.


그리고 부동산을 간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게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오호라~~권리금 '딜'에 들어간다. 이거 권리금을 조금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이 난다. 가게에서 못 번 돈을 권리금에서 메꾸자...


마침내


권리금 1억에 넘겼다.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이득을 취했다. 그동안 장사해서 번 돈, 권리금 해서 번 돈, 따지고 보니 권리금 통해서 번 시세 차익이 더 크다. 순수하게 번 돈보다 권리금을 통해서 번 돈이 더 크다니... 이거 괜찮은 장사였다. 역시 상권이 개발되니 나 같은 누군가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 온다.


이거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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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처음에 권리금을 산정한 것일까? 바닥 권리금이 개별 가게에 메겨지는 가격일까? 누군가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장사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지역 권리금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왜 일까?


권리금을 인정하는 사회.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소상공인의 진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점점 새롭게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는 장사 이야기. 그들은 권리금의 유혹 아래 자유로울 수 있을까?


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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