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고찰
장사를 하다 보면, 떼어먹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들 돈을 안 주고 가는 사람들이다. 음식점이야 무전취식으로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그 신고가 싶지 않다. 신고를 하고 대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지급 명령 같은 법적 절차를 걸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
어쩌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어도, 막상 하려고 하면 귀찮아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상대방을 생각하게 된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10년 20년 장사를 하다 보면, 떼어먹는 사람들이 5%는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미리 하고 장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채무자들이 떼어먹는 행동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문제는 그들의 심리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라. 나도 피해자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채무자 자신이 누군가와의 거래 관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적자가 나면, 그 책임 분산을 또 다른 거래자에 하는 태도다. 그래서 '나도 피해자니 당신도 피해를 바라', '나도 어려우니 당신에게 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런 반응은 정말 '화'가 난다.
차라리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선처를 바라는 마음이 더 정직할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슬픈 현실인데... 마냥 슬프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가진 반사회적인 생각 때문이다. 왜 그들은 반 사회적 반응을 약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것일까?
세상에 많은 반 사회적 행동들이 대부분 기득권(?)이라는 계급적 구조에 대한 반감이다. 연일 떠 뜨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모든 재벌은 도둑같이 보이고, 모든 부자는 착취자처럼 보인다. 세상은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분노하고 그 분노를 인터넷 댓글을 통해서 토설한다.
하지만 그들의 토설은
엉뚱하게도 강자에 대한 저항보다는
약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분노를 죄 없는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행동들을 한다. 그리고 그냥 싸잡아서 "이 사회가 나쁘다. 악하다. 더럽다."라는 자기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 매우 위선적이며 매우 비겁한 행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악한 이유는, 그 행동이 진짜 자신이 저항해야 할 강자에게는 유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강자들은 약자의 싸움 속에서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약자의 분노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자신의 입지를 굳힌다. 정치인이 되었든 기업인이 되었든 약자의 싸움에서 그들이 지지하는 또 다른 대표는 결국 자신들을 끊임없이 약자로 만드는 패러다임의 한 굴레일 뿐이다.
그래서 반 사회적 분노를 조장하는 것이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발언이 설령 맞더라도, 그 진위와 사실을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묻지 마 살인, 여성 성폭행, 약자를 향한 폭행 및 강도, 난폭 운전, 대부분의 반 사회적 분노가 강한 대상에 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약자에게 약하고 있다. 아니면 전혀 관계가 없는 대상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하고 있다.
결국 내 안에 일어나는 반 사회적 행동은 누군가의 거짓말에 속고 있는 자아의 파괴일 뿐, 어떤 행위로도 어떤 가치로도 인정받을 수 없는 호소라는 점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름다운 세상보다 더러운 세상이 더 보이는 현실. 하지만 그 마음에 자신도 모르는 거짓된 위선이 존재하고 있는지는 않는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