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괴물이 산다.' 많은 사람들이 거짓을 말한다. 권력을 가진 자, 부정한 일을 저지른 자, 부당한 거래, 사회 혼란의 중심에는 '거짓'이 있다. 어쩌면 거짓은 성장하여 이 사회의 괴물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성공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괴물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한국 사회는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림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정직하지 못할까? 마음콩 쑥쑥이 정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직의 반대인 거짓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출발한다.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상상 속의 괴물이 되어 우리 마을을 삼키고 있다.
어렸을 때,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말하기 두렵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면 부모에게 혼나기 때문이다. 아이는 선뜻 진실을 말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 그게 쉬울까? 아이의 거짓을 나무라기 전에, 어른인 내가 먼저 거짓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과연 난 진실을 쉽게 말하고 있는지...
정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부인하고 타인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자아는 성숙한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 이 과정을 거듭해야 성숙한 자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두렵다. 두렵기 때문에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말하며 자신의 내면을 깨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인간은 모두 방어기제를 기반으로 상황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자기 보호가 먼저이기에 사람은 거짓을 말하게 된다. 하지만 거짓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거짓은 결국 더 큰 거짓을 낳게 되고 더 커진 거짓은 점점 나를 괴물로 만들어 간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라는 숫자 뒤에 길게 늘어진 거짓의 그림자가 나를 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거짓의 사람들이 되었을까? 거짓의 반대말이 정직하지 못한 자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거짓의 반대말은 사랑이다.
우리에게는 거짓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쉽게 잘못한다. 아이의 도덕성이 선천적으로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는 그냥 자신의 욕구에 따라 행동했고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상황을 보고 나중에 파악한다. 그리고 가끔은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기도 한다.
아이는 주변 상황 분석을 통해서 죄책감을 동시에 인지하는데 아이는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이 아직 미약하다.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거짓'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한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거짓은 아이가 '정직하지 않은 아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아이는 잘못된 거짓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는 사랑을 받지 못해서 정직하지 못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정직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의 분석보다는 아이가 답을 할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가 추궁할 때는 아이는 즉각적인 답변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고만 할지 모른다. 즉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과 상관없는 일은 순수하게 즉각적으로 답변하겠지만, 자신의 위치가 혼이 날 경우에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거짓을 대답할 것이다. 마치 어른들이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을 말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모든 잘못에 대한 답변은 머뭇거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머뭇거림이 아이임을 증명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아이의 거짓말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아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미숙한 행동일 뿐이다. 만약 훈계를 이유로 버럭 화를 낸다면, 이는 아이에게 오히려 더 큰 거짓의 그림자를 만드는 학습효과만 낳을 뿐이다. 아이에게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이지 않은가...
아이를 지지해주는 시간 안에서 아이는 정직을 배운다. 그 배움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매우 값진 시간이 된다. 정직을 통해 스스로의 도덕성을 키운다. 쑥쑥 자라는 도덕성에 더 이상 거짓은 다가오지 못한다. 아이는 정직한 아이로 성장한다. 아이의 삶은 누구보다 당당해진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힘이 생긴다.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딸에게 정직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그림을 통해서 딸은 거짓이라는 괴물을 인식하게 되고, 그 괴물 뒤편에 숨은 부정직함을 깨닫게 된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서 거짓을 말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이의 잘못을 정확히 말하지 않고 아이의 전체적인 정체성 자체를 "나쁜 아이"로 추궁하는 질책은 결국 아이를 더욱 거짓말하는 아이로 만든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지지로 미숙한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새로운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이는 더 이상 거짓이 말할 필요 없는 정직한 아이가 된다.
우리 마을, 내 마음에 괴물이 살까? 아이의 마음에 정직이라는 마음콩이 심어진다. 그리고 아이는 정직한 마음이 쑥쑥 자랄 수 있도록 행동한다. 마음콩 쑥쑥 인성동화는 단순히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명령조의 말로 정직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 진실로 정직해지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난 거짓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받는 아이구나.'라는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에게 사랑하는 딸 000라고 수식어를 붙인다. 사랑하는 딸이 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정직하고 당당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지한다."라는 말이 거짓말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거짓말을 옹호하라는 말도 아니다. 사실 거짓된 옹호는 부모들이 한다. 내 아이의 거짓이 누군가에게 비난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시작된다. 내가 먼저 타인을 비난하면 내 아이에 대한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이는 결국 아이에게 왜곡된 시각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의 이런 태도는 아이를 왜곡시킨다. 오히려 아이가 거짓에 대해 당당히 맞설 수 있고, 거짓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아이를 지지하면 된다. 그리고 "괜찮아, 사랑해'라고 아이를 위로한다. 아이는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로 인해 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
아이는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말하기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격려 받는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정직'이라는 씨앗이 쑥쑥 자라도록 그림책을 정성껏 읽어 준다.
누군가는 순간의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설령 거짓말을 했더라도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 자체가 용서를 이미 배제하고 시작하는 말이기 때문에 난 '선의'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정직하면 손해 본다.'.'정직하면 호구다.''정직하게 살아서 어떻게 사냐?'라는 말들은 '불안과 두려움'때문에 하는 말은 아닐까? 과연 삶이 진짜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 속에 있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오늘 자신에 대한 거짓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나의 반응은 아닐까...
딸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동네에 괴물이 산대. 그런데 그 괴물의 존재는 거짓말이야. 우리 동네에는 괴물을 이길 수 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 있단다. 딸아 괴물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직하게 이야기 하렴. 너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콩 쑥쑥 '우리 마을에 괴물이 산대’- 정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