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을 벗어나라
또? (외상) 달라고요? 저번에 미수금이 정리가 안 되어있는데요? 다음에 준다고요... 언제...
다시 전화를 걸어 외상을 말하는 고객의 주문에 당황스럽다. 그동안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도 않던 사람이 자신이 필요할 때는 전화를 건다. 그리고 주문한다. 염치가 없는 것인가... 아... 이를 어쩌지.... 이런 상황에는 항상 고민이 된다. 거래를 끊자니 그동안의 매몰비용이 많고 거래를 하자니 너무 힘들다. 그것이 외상이라는 공포의 재물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회사를 때려치우라고... 하지만 정작 회사를 떠나 시장으로 나오면 알 것이다. 회사는 그래도 외상 없이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곳이라고...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시장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작은 자영업의 경우 시장은 정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잘 생각해야 한다. 회사를 다닐지... 정글인 시장에 나올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한다고 자신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 다니는 회사 사장을 보라. 어려운 회사 사장이 미래의 내 모습이 될 것이다. 지혜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흔히 고객에게 질질 끌려가는 상황을 '매몰비용의 늪'이라고 한다. 외상값이 이미 상당히 있기에 그것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외상을 묵인하게 된다. 이런 고객들은 처음에는 돈을 잘 준다. 그리고 외상을 하면서도 돈을 조금씩 주긴 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외상값이 점점 커진다. 마치 산에서 내려오는 눈덩이와 같이 커진다. 그리고 너무나 커져 버렸을 때 '빵'하고 터져 버린다.
매몰비용을 끊기란 쉽지 않다. 끊는 순간, 지금의 외상값을 못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고객과의 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래가 계속 안되면 어떡하지?' 고민이 된다. '고객이 기분이 상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된다.
왜? 이런 마음을 가질까... 사실 이런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상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거래에 있어 묘한 분위기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객과의 거래는 자영업자가 을이다.
하지만 벗어나야 한다. 매몰비용에 염려에 벗어나지 못하면 외상 눈덩이는 더 커질 것이다. 믿었던 고객은 두 손들고 '나 잡아 잡수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법적으로 대응해도 대부분 이미 손을 쓴 경우가 많거나, 빈털터리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상값은 뜯길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민법과 상법이 생각보다 자영업자가에게 힘들다. 나 홀로 소송을 한다고 해도 받는 것은 결정문 하나일 뿐, 추심의 과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사실 장사를 하면서 추심까지 하기도 시간적, 재정적으로 어렵고, 추심기관에 맡기더라도 거액이 아닌 경우 별 의미가 없다. 설령 추심이 진행되더라도 이미 상대방은 모든 재산이 남의 명의로 바꾼 상황이기 때문에 추심도 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상값이 커지는 고객을 싸늘하게 자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어찌 되었든 그동안 거래를 한 사람이고, 어느 정도는 내게 이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지금 외상값이 존재하지만, 차갑게 그를 대해서는 안 된다. 단지 조금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전의 외상값은 못 받더라도, 현재의 물품 구입에 대해서는 바로 결제를 해야 한다. 바로 결재를 기반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외상값은 계속 인지 시켜줘야 한다. 만약 고객이 계속 거래를 유지하고 싶다면 외상값을 갚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본인 스스로 다른 가게로 간다. 그럼 이미 끝난 거다. 말릴 수 없다. 잡을 이유도 없다. "잘 먹고 잘 살아라"라고 축복을 빌어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더 커지기 전에,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절대 거래가 커진다는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자영업자는 거래가 커질수록 위험할 수 있다. 조심해라. 내 통장에 들어오지 않은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외상값이 밀리고 조금은 더디게 갚는 사람이 있다. 인간사가 어찌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인정한다.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눈에 보인다.(신기하다. 사람의 태도는 눈에 보인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외상값을 늘리고 그 외상값이 커지면 '뻥'하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외상 지불을 질질 끌면서 외상값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다. 조금씩 던져주는 미끼에 속지 말아라. 외상값의 크기를 수시로 확인하라. 자신의 이익보다 더 커진다면 그것은 적신호다. 이런 고객은 습관적으로 자영업자의 을의 입장을 이용한다. 대부분 경험에 의한 반복이 많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을 할 때는 끊을 때는 확실히 끊어야 한다. 그래서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욕심을 내면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다. 이미 너무 큰 눈덩이에 갚을 것이라는 거짓된 희망에 의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에 세상을 단절할 필요는 없다. 간혹 존재하는 이런 경우에 대해 약간은 씁쓸함을 안고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이것은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에 판단의 오해를 하지 말라. 감정에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면 내가 죽는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회사를 다니면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회사는 모든 업무가 분산되어 있고 책임의 한계가 있다. 회사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장이 되기 원하지만, 막상 사장이 되면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 같지만, 사람은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있다.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야 할 것 같지만,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따스함은 따스함이 아니기에 가끔은 차가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쉽지 않지만 자영업에서는 그래야 한다.
참 씁쓸한 하루가 오늘도 지나간다.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잘 사면 좋은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손해 봤다. 그리고 밀린 외상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받지 못한다.(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거래하던 사람도 잃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 씁쓸함을 안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살아가려면...
Understand different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