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다빈 Sep 23. 2021

선거 압승이 화를 불렀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은 지지 속에서 출범했습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압승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180석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올렸습니다. 국민의 높은 인기 속에서 성공한 정부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선거 승리가 결과적으로는 화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2020년 1월 사회부 기자 생활을 마치고 다시 민주당 출입기자로 복귀했습니다. 분위기는 제가 처음 출입할 때의 민주당과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미 친문 세력이 당의 핵심 의사 결정을 독점하고 있었고, 정당은 대깨문 당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로 불리는 당내 소신파 세력이 있었고, 사석에서는 현 정부와 지지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들을 수 있는 여지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4월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폭주기관차로 돌변합니다. 민심과 괴리된 일방 정치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공수처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태섭 의원을 징계했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지지층만 잘 이끌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탓이었습니다. 실제로 과거 합리적 성향으로 꼽혔던 기자 출신의 한 의원은 어느 순간 조국 수호자로 돌변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개혁하겠다면서 '임대차 3법'을 강행했습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반대했지만 정부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전세 물량이 감소되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패닉 바잉'과 부동산 시장 양극화만을 가중시켰습니다. 너무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시킨 정책이었지만 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원들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공개 비판을 한 의원들에게는 어김없이 극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기사에 비판 목소리를 담고 싶어도 익명으로라도 코멘트를 해주는 의원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익명 관계자발 기사가 나가면 지지자를 중심으로 해당 인물을 색출하는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각종 선거를 승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원팀 정신'은 정당의 다양성을 없애고, 전체주의로 이끄는 독이 됐습니다. 비판하고 싶어도 아무도 입을 열 수 없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의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이러한 독주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잠시 가라앉는 듯했지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또다시 '언론중재법'을 들고 나와 가짜 뉴스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언론의 비판 보도를 원천 차단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청와대가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도 당의 강경파와 극성 지지층의 질주를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하에 과거 보수정권 9년을 철저히 심판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각 부처마다 만들어진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보수진영 인사들을 철저히 솎아 냈습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부메랑으로 날아올까 두렵기 때문인지 그들은 정권을 놓지 않기 위해 지지층에 더욱 매달렸고, 이제 그들은 통제할 수 없는 세력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회고의 마무리를 민주당 이야기로 끝낸 것은 어느 순간부터 청와대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쟁점 사안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결론이 났고, 문 대통령은 초기 대국민 소통 약속을 저버린 채 민주당과 친문 세력 뒤로 숨었습니다. 그 결과는 부동산 폭등, 양극화 심화, 국민분열, 언론자유 훼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대란과 코인, 주식 광풍 등을 거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수많은 청년세대들이 꿈을 잃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마크맨이자 그를 좋아했던 한 시민으로서 이제는 그를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째 마음 한 켠이 씁쓸해지는 현실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너무나 검소했던 대통령 모친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