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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Sep 23. 2021

너무나 검소했던 대통령 모친상

  필자는 2018년 7월 정치부에서 사회부로 이동했습니다. 자연스레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2019년 10월 문 대통령의 어머니인 강한옥 여사가 별세하면서 이제는 사회부 기자로 다시 문 대통령을 취재할 일이 생겼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 모친이 별세한 경우는 처음이라 장례의 절차와 방식까지 모두 중요한 선례로 남을 상황이었습니다. 필자도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기자로서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과 관련된 일들을 하나씩 취재해갔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례 방식이었습니다. 외부 인사의 조문을 배제한 채 가족들끼리 조용한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빈소는 대통령의 모친이 생전에 다니던 부산 수영구의 남천성당에 차려졌는데, 성당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장례식장 내부도 작아서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임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필자는 대통령 모친의 생전 행적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그의 주변 인사들을 취재했습니다. 강 여사를 알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늘 아들 걱정뿐이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거쳐를 옮기라는 제안을 뿌리치고 원래 살던 허름한 아파트에서 막내딸과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강 여사는 오해와 억측을 막기 위해 문 대통령 당선 후에는 공개 미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성당을 방문하곤 했다고 합니다. 평소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를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는 증언을 들으면서 기자이기 전에 인간적인 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의 모습 



  "최대한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장례는 3일 동안 가족장으로 치러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체의 조문을 거부했지만 야당 지도부의 조문은 수용해 오랜만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만나는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장례 미사도 문 대통령 가족들과 남천성당의 신도들만 모인 가운데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장례 과정을 취재하면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을 왜 좋아했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행적은 비판하더라도 그와 모친의 검소한 태도는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가 너무가 큰 만큼 그를 인간적인 면모만을 평가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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