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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Sep 23. 2021

뭉치는 민주당, 흩어지는 국민의힘

정당 문화와 선거 방식 비교

  정치권에는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과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 모두에 속해 본 인사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들에게 두 당의 차이를 비교해달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민주당은 뭉치고, 국민의힘은 흩어진다"는 얘기를 합니다. 민주당에서는 충성이 가장 미덕이고, 국민의힘은 이합집산을 반복한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민주 '배신자는 처단, 뭉쳐야 산다'


  민주당은 보통 조직이 하나로 뭉쳐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취합니다. 가령 친노 그룹에서 야인이던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발굴해 그를 대선 후보로 만드는 식입니다. 지금처럼 당내 주류 세력이 건재할 때 이런 방식을 주로 씁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친문 진영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후보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서 실형 판결을 받으면서 무위로 그친 바 있습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대선 때도 캠프의 핵심이었던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의원 등이 똘똘 뭉쳐 이번에도 이 후보를 강하게 밀었습니다. 캠프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김용 전 대변인, 김남준 전 언론비서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진보정당은 자유주의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당은 유독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과거 86그룹(60년대생 80년대 학번)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을 중심으로 독재정권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면서 생긴 문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민주당은 배신자를 참 싫어합니다. 1~2%대의 지지율에 머물르며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진영에 수많은 의원들이 몰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다선의원들이 많아 선수(選數)가 가장 높은 캠프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지율이 낮은 후보 캠프에 의원들은 30여 명이 모여 있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정 전 총리는 당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장을 하면서 사람을 참 잘 챙겼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시절 그에게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었고, 그를 돕지 않으면 곧 배신자가 되는 상황이 됐죠. 민주당에서 배신자로 찍히면 공천을 받기 참 어렵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국민의힘 '헤쳐 모여!'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카리스마형 리더 밑으로 사람이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현대건설 사원에서 사장까지 승진한 '셀러리맨 신화'를 바탕으로 그는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그가 대선후보로 등장하면서 당내 '이명박계'가 형성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20여 년 간 의원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친박계'를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과거에는 대통령과 당 관계가 매우 수직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친이, 친박이 무너졌고 당내 주류 계파가 사라졌습니다. 의원들 개개인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가령 과거 홍준표 후보가 정무부지사로 발탁하고 공천에 막대한 힘을 실어준 윤한홍 의원과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홍 후보가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장제원 의원은 지금 윤석열 캠프에 몸 담고 있죠. 유승민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수석부대표로 '유승민계'로 찍혀 20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됐던 조해진 의원도 윤 캠프에 있습니다. 정작 유승민 후보 본인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이미지'로 고생하고 있죠.

  

  주인이 없는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기회의 장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에는 조경태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인사 외에도 과거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호남권 중진인 박주선 김동철 전 의원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죠.


  보좌진 중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출신 인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타당 출신 보좌진을 임용하지 말라고 공문을 내려보낸 민주당과는 다른 점이죠. 과거에 권위주의 정당으로 손가락질받던 국민의힘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성향으로 변모한 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전체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정치의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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