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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Sep 24. 2021

의원과 보좌진 관계는 어떻게 다를까

  국회에 출입하다 보면 기자들과 가장 친해지는 사람들이 보좌진입니다. 언론 관리가 중요한 보좌진과 이들을 통해 정보와 기사거리를 얻어야 하는 기자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죠. 또 비슷한 나이의 직장인으로서 인간적 신뢰를 갖고 마음을 터놓기도 좋은 대상입니다. 필자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출입하면서 정말 많은 보좌진 분들과 교류를 했는데요. 그들이 말하는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당마다 사뭇 달랐습니다. 


  민주, 격의 없는 관계서 사고 나기도


  한 명의 의원은 4급인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각 1명, 인턴비서 1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습니다. 보통 9명의 보좌진 중 4급 보좌관 1명을 포함한 3명 정도의 보좌진은 지역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국회에는 6명 남짓이 일합니다.


  민주당에서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입니다. 보좌관은 의원들과 형-동생 사이로 지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의원급 보좌관'이라는 말도 제법 들립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86그룹이 많은 민주당의 특성상 대학 시절 선후배 사이가 의원과 보좌진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좌진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의원들에게 건의를 하고, 토론을 벌이는 편입니다. 보좌진이 한 의원실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하기도 합니다. 


  또 보좌진들에게 선출직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도 많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보좌진이 다른 지역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거나 시의원, 구의원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광재, 윤호중, 박완주, 김영진, 장철민 의원 등이 그 예입니다.


  다만 격의 없는 관계를 추구하다 보니 갑질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공과 사의 구분이 없어지다 보니 개인적인 일을 보좌진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줄어들었지만 월급을 각출해 정치 자금으로 쓰거나 자신의 집안일을 시키는 악덕 의원도 있었습니다. 한 재선의원은 매일 새벽 3시까지 보좌진에게 업무를 시켜서 1년도 안 돼 9명의 직원이 모두 그만두기도 했죠.


  여성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사건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모 의원이 여성 비서를 밤늦은 시간에 따로 불러내 술을 먹자고 했다고 합니다. 해당 비서가 다른 보좌진과의 동석을 요구하자 의원은 무척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아주 일부이지만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가해자의 권력 때문에 말 못 하고 참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특유의 의전 문화


  반면 국민의힘은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수직적입니다. 4급 보좌관이더라도 민주당처럼 의원에게 건의를 하거나 불만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의원실은 최선임 보좌관이 의원에게 소속 보좌진들의 여름휴가 계획을 보고하지 못해 전체가 휴가를 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한 보좌관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축구를 할 때도 의전을 해야 한다"라고 푸념조로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의원과 보좌진이 섞여서 축구를 할 때 의원에게 패스를 하지 않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는 얘기였는데요. 10년 전 필자가 군대에서 축구하던 시절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의원과 보좌진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는 탓에 보좌진이 선출직에 출마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국민의힘 보좌진 사이에서는 "민주당은 키워주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에서도 간혹 보좌진 출신 의원이 나오기도 하는데, 누군가 끌어주기보다는 본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다만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나 성추행 같은 만행은 비교적 덜한 편입니다. 초선 의원 중 일부는 보좌진들 의무 휴가를 주거나 조기 퇴근을 권장하는 등 문화가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필자는 국회의원에 대해 평가할 때 자신의 보좌관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과 함께 하는 직원들에게 이를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정치인들은 갑을관계나 노사관계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자신의 보좌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먼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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