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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Sep 25. 2021

국민의힘이 '언론 자유'를 외치는 아이러니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보며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일방 처리하려고 합니다. 야당뿐 아니라 진보단체, 언론계에 이어 유엔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등 전방위적인 저항에 부딪혔지만 9월 중 본회의 법안 처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 자유를 외치던 민주당이 앞장서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서고, 이를 국민의 힘이 저항하는 모습은 참 낯선 풍경입니다.


  언론중재법은 명백한 '악법'


  언론중재법은 가짜 뉴스를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사 내용에 의도적인 허위나 조작이 있을 경우 최대 5배 가까이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견 언론 보도로 피해를 본 시민들을 위한 법 같지만 실제로는 피해 규제 효과는 없고, 언론의 자유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던 '임대차 3 법'이 결국 전세 물량을 소멸시키고, 집값을 폭등시킨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은 언론 보도의 피해를 입더라도 소송을 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사 선임에 따른 금전적 부담, 소송 장기화로 인한 시간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대신 언론의 감시 대상이 돼야 할 권력자, 부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무기로 기사 작성 단계부터 보도를 막으려 들 것입니다. 기자는 기사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호대상인 취재원을 공개해야 할 것이고, 이는 곧 공익제보의 위축으로 이어질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보도 등 사회를 뒤흔든 탐사보도는 크게 줄어들겠죠.


  특히 우리나라는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반론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의 제도로도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필자 촬영



  언론자유를 외치던 그들은 '괴물이 됐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지켜보면서 그간 민주당이 주장한 진보와 자유는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군부 독재 시절 시민사회와 함께 언론 탄압에 맞섰던 민주당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권력자가 되면서 비판 보도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강성 지지층의 개혁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 언론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 필요도 있었겠죠. 물론 언론사의 품질 낮은 기사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책임이 적지 않겠지만 '기레기 프레임'을 확산시켜 언론에 대한 공적 신뢰도를 낮추고, 음모론이 판을 치게 한 데는 집권여당과 강성 지지자들의 책임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등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의 힘이 언론 자유를 부르짖는 모습은 그런 면에서 참 아이러니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상임위 회의장 복도에 서서 규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민주당이 참 멀리 오긴 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권력을 잡은 집단은 늘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필자를 포함한 언론인들이 여야 한쪽 편에 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겠죠. 권력자를 견제하고, 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진실을 사회에 드러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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