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다빈 Sep 26. 2021

유승민, 이미지는 참 좋은데 왜 안 뜰까

대선주자 인물 탐구

  국민의힘 대선 초중반 구도가 2강(윤석열 홍준표), 1중(유승민)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중적 이미지는 좋지만 오랜 시간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정책과 약자에 진심인 후보


  유 후보를 공약을 참 열심히 만듭니다. 그와 질의응답을 해보면 그가 얼마나 공약의 완성도와 실현 가능성에 신경을 쓰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정책팀이 제안한 공약을 후보와 몇 차례 토론하면서 확정하는 다른 캠프와 달리 유 후보는 공약의 설계부터 재원 추계까지 본인이 직접 관여합니다. 당연히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월등히 높습니다. 


  그는 또 약자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필자는 유 후보가 20대 총선 당시 '진박 공천'에 밀려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데 그를 3개월 간 취재했습니다. 그가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과 인사할 때 두 손을 맞잡고 할머니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은 무척 진지했습니다. 캠프 사람들은 "유 후보가 카메라 있을 땐 안 울고, 카메라 없을 때만 운다"라고 푸념 섞인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험상 사실에 가까운 말입니다. 

  

  게다가 유 후보는 우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했던 정책통이자 오랜 시간 국방위 활동을 통해 경제, 안보라는 보수 후보로서 핵심 분야를 섭렵하고 있습니다. 개인 비위도 없는 데다, 딸인 유담 씨의 유명세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사석에서는 "유승민이 국민의힘에서 가장 두려운 후보"라고 말하는 이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대선과 바른정당-바른미래당을 거치면서 그를 추종해온 세력도 비교적 굳건해 조직적 기반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유 후보 캠프에 속한 이들은 "후보를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유 후보도 캠프 구성원들에게 참모 대신 '동지'라는 말을 씁니다. 실제로 당선 가능성을 떠나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을 존경해서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유승민 캠프 제공



  야권 핵심 지지층 지지 못 받아


  이처럼 장점이 많은 후보인데도 그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유 후보는 야권 핵심 지지층이 바라는 대선 후보 상과 다소 맞지 않습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원하고 현 정부와 가장 강하게 맞서 온 후보를 선호합니다. 검찰총장으로서 정부와 가장 강하게 대립한 윤석열, 자유한국당을 이끌며 문 정부의 실정을 꾸준히 제기한 홍준표 의원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섰다는 '배신자 이미지'를 가졌을 뿐 현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다는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온건하고, 정책적 역량이 뛰어난 후보보다 카리스마형 리더를 선호합니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모두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합니다. 민주당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됐다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경선 완주도 못 하고 낙마한 사례는 합리적 성향의 후보가 대선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유 후보 본인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의 위기 돌파 능력에는 다소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캠프 내에서는 대구 경북 지역의 '배신자 이미지' 돌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이를 두고 "금수저 출신의 한계"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모양 빠지는 일은 안 한다는 거죠.  


ⓒ유승민 캠프 제공


  물론 유 후보가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안경테 하나 바꾸는데도 몇 달이 걸릴 만큼 고집이 셌다고 합니다. 반면 요즘에는 부드러운 인상을 위해 살도 일부러 찌웠습니다. 머리도 염색하고, 담배도 끊으면서 치열한 각오로 대선에 임하는 중입니다. 국민의힘 토론회가 열리면서 그의 정책적 강점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 후보는 중도층, 수도권, 청년에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핵심 지지층의 지지도 끌어오겠다는 계획인데, 그 지지는 일단 유 후보가 아닌 홍준표 의원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순 여당 후보가 확정되고 본선 대결로 시선이 옮겨갔을 때 유 후보가 가진 기존의 강점이 확장성으로 이어지면서 빛을 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대선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던 그가 받게 될 최종 성적표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국민의힘이 '언론 자유'를 외치는 아이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