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다빈 Sep 27. 2021

대선 캠프에 사람이 많으면 위험한 이유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후보는 모두 메머드급 대형 캠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당내 경선이 진행되면서 현역의원, 원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교수, 전직 관료 등 영입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러한 캠프 간 줄 세우기 경쟁이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필자는 당내 경선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대통령 당선 후 국가 통치에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앞서 문재인 캠프가 매머드 급으로 구성되면서 생긴 문제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싱크탱크, 각종 포럼 포함)에 소속된 정치인, 교수, 전직 관료 등을 다 합치면 1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캠프 구성원들을 내각뿐 아니라 공공기관, 민간 기업까지 내려보내 사회 곳곳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부'라는 오명이 정권 말기인 지금까지 뒤따르고 있습니다. 


  캠프는 캠프대로 운용하고, 대선 후 인사는 이와 상관없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후보와 대선 캠프에서 일종의 코드를 맞춘 인사를 선호하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에 국회 보좌진, 당직자, 전직 의원 등은 월급 한 푼 받지 않은 채 대선 캠프에서 수개월간 무급 봉사를 한 셈입니다. 이들을 챙겨주지 않을 경우 이후에 아무도 후보에게 충성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죠.


  결국 캠프가 클수록 무형의 빚을 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꼴입니다. 다들 채권 한 장씩 들고 있다가 당선이 되면 이를 회수하는 방식이죠. 캠프가 클수록 갚아야 할 빚의 규모는 그만큼 커지고, 새 정부 인재 발탁 풀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타당 인사를 등용하는 협치뿐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다른 후보를 도왔던 인사를 쓰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정부 출범부터 '소수 정파'로 갇히는 문제가 생기죠.  


  당내 경선을 이기기 위해 캠프의 덩치를 키우는 건 우리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선거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아 캠프에 배치하는 걸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캠프를 뜯어보면 실제 일하는 사람보다는 이름만 올려놓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빠지고 후보에서 붙어 훈수를 두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큰 캠프가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작지만 효율적인 캠프가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이준석 대표는 모두 현역의원의 도움 없이 단출한 캠프를 토대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미래 비전을 가진 후보라면 캠프 키우기 경쟁보다는 캠프의 내실을 다지고, 집권 후에도 더 많은 전문가와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본인의 당선을 위해서도, 향후 국가 통치를 위해서도 좋은 길이라 믿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유승민, 이미지는 참 좋은데 왜 안 뜰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