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언론사를 떠나 다른 직업을 찾는 일은 언론계의 트렌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기업 홍보, 로스쿨, 스타트업, 대선 캠프 등 행선지도 다양합니다. 과거에는 회사에서 자리를 못 잡은 데스크(팀장급 이상 기자)들이 주로 전직을 했다면 최근에는 연차가 낮은 유능한 현장 기자들도 떠나기에 업계 내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됩니다. 소위 '언론고시'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시험을 거쳐 힘들게 뽑힌 기자임에도 많은 이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기자들이 가졌던 '정보 독점권'이 깨졌기 때문일 겁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이외에도 시민들이 정보를 취득할 길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때로는 생산하기도 합니다. 기성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라고 할 지라도 정보의 근거가 된 원자료를 찾아 직접 검증하고 이해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기자들만이 정보를 독점적으로 취득, 생산하고 공유하는 체계가 무너지면서 기자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흔들린 거죠.
코로나 상황 속에서 출입처 취재원과의 밀접한 관계를 쌓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자들의 정보 독점권은 더욱 약해졌습니다. 아무리 시민들이 자료를 생산하고 공유하더라도, 고급 취재원들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의 내밀한 정보와 속내를 읽어내는 기자의 영역까지 따라 하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되고, 취재원들과의 식사자리, 술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출입처의 내밀한 이슈를 파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고급 취재원들 또한 정보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언론 매체가 많아지면서 과거처럼 소위 '기자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기에 점차 접촉 횟수를 줄이고 있죠.
정치부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제 정치인의 공개된 발언이나 행보는 전부 유튜브, SNS에 공개됩니다. 정치부 기자의 전문성이라면 이들의 전략과 발언 배경을 해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취재원들과의 신뢰 형성이 필수적인데, 이게 점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정치부 기사가 구문(舊聞)이 되곤 합니다. 가끔은 몇몇 정치 커뮤니티에서 도는 정보가 더 빠를 때도 있죠.
기존의 인터넷 언론사 이외에도 방송, 신문사들도 현장 기자에게 온라인 기사 작성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기자가 인터넷 조회수 경쟁에 나서게 된 셈이죠. 자연히 하루에 쓰는 기사량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기획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 어려운 현실이 됐습니다.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면서 직업적 보람을 느껴온 기자들의 긍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부 권력자들은 권력 감시 보도에 대해 툭하면 '가짜뉴스'를 운운하면서 선동에 나섭니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의 정파성에 따라 기자들을 기레기로 칭하면서 기자들의 사회적 명예를 낮추려고 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자들의 자조도 덩달아 커지고 있죠. 언론사마다 큰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기자가 대기업 직장인에 비교하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닙니다. 세상에 기자 말고도 가치 있고, 높은 경제적 보상을 받은 일이 많으니 이 업계를 떠나 더 나은 곳으로 옮기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많은 훌륭한 기자들이 여전히 자리에 남아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직업적 윤리를 지키면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죠. 그렇기에 새로운 정보가 유통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가 전달되고, 권력자들이 감춰졌던 진실들이 밝혀져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