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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Oct 23. 2021

정치인 스스로가 '팩트 체크'를 한다고요?

정치인발 선동이 판 치는 현실

  "팩트 아닌 걸 발표하고 국민을 선동하고 일방 주장하면서 답변을 못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 팩트는 답하게 해달라."(이재명 경기도지사)


  어느 순간부터 가짜 뉴스에 대항하겠다면서 스스로 '팩트 체크'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두고 여야가 충돌한 18일과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권 인사들은 언론 보도나 상대 당의 주장에 대해 툭하면 '팩트체크를 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하는 팩트 체크는 믿을 수 있는 걸까요? 정치인들이 하는 팩트 체크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SNS나 유튜브에서 나온 가짜 뉴스를 언급하면서 이를 반박하는 방법입니다. 팩트가 아닌 사실이 급격히 확산되는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미 극단적인 주장으로 치부되는 논리를 다시금 끌어올려서 자신들이 피해자인 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방어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이 즐겨 쓰는 방식입니다. 경기도 국감에서도 이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시절 성남시의회에서 공공개발 전환을 방해했다는 논리를 녹음기를 튼 것처럼 반복했습니다. 자신들은 공공개발로 민간의 이익을 전액 환수하려고 했는데, 토건업자와 결탁한 국민의힘이 이를 막았다는 거죠.


  정치인의 펙트 체크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특정 정파에 소속된 사람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자신의 진영이 승리하는데 목숨을 걸고 달려들게 됩니다. 냉정함을 상실한 이들이 진행하는 '팩트 체크'가 또 다른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정치인들이 팩트 체크를 주장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언론사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따옴표 뒤에 숨은 기자들'이 많아지고, 언론이 팩트 체크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죠. 더 강한 발언일수록 주목을 받는 현실에서 정치인들은 검증 없이 날 선 발언만을 늘어놓게 되고, 기사는 사실 확인 없이 공방으로만 실리는 게 현실입니다. 정치인들이 그 빈틈을 팩트 체크라는 이름으로 치고 들어오는 거죠. 


  여야 간 전쟁이 펼쳐지는 와중이라면 정치인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팩트 체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언론이 그래도 비교적 공정한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 들어본 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론이 해야 할 팩트 체크를 정치권에 맡겼을 때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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