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환경, 다른 태도
살다 보면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비슷한 가정환경, 비슷한 성격, 어딘가 닮아 있는 삶의 이야기들,
그런데 확실하게 다른 게 하나 있다.
생각의 방향.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할 순 없겠지만
삶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는 참 극복하기 어렵다.
나는 어려운 환경이었어도 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의라면
어떤 이는 그런 환경에서 살았으니 남 탓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어느 순간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슬그머니 입을 다물게 된다.
이해가 안 돼서도 아니고, 공감할 수 없어서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해도 자기 이야기가 먼저고, 자기 생각이 정답이며,
자기 말만 옳다는 사람 앞에서는 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정작 그는 내가 자기 말에 수긍해서 침묵하는 줄 안다.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공감해서도, 이해를 못 해서도 아닙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건 인정하지만,
제 생각도 존중해 주시면 대화가 조금 더 쉬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아요."
하.... 순간, 나는 자기만 잘난 척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참 어려운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시선을 돌릴 때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의 대화 방식을 비로소 알았다.
그는 본인과 생각이 다르면 화를 냈고, 자기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차가워졌다.
늘 그런 식의 대화만 해온 사람 같았다.
본인은 굉장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그 환경이 자기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믿으며 그 뒤에 숨어버린 사람.
그와의 대화가 못 견디게 불편해졌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도 통화가 끝나자 그는 급하게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넸지만, 나는 당연히 급한 일이 먼저라며 그를 서둘러 보냈다.
그를 보내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왜 그렇게 그 자리가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알 것도 같았다.
결국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닐까.
내 말과 내 생각도 존중해 달라는 나의 정중한 요청이
어쩌면 그에게는 나만큼이나 불편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어느 한쪽의 이야기가 맞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기는 게 참 쉽지 않다.
나의 소신 또한 상대방에게는 그저 고집스러운 자기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