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너는 참 힘들겠다.

애증

by MSG윤결



봄아, 너는 참 힘들겠다.


나무가 꽃 한 송이 피우고 잎 한 장 틔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생각하다 보면 괜히 미안해진다.

딱딱하게 굳은 껍질을 뚫고 초록색 잎이 고개를 내미는 건 예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나무는 어쩌면 살이 찢기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봄을 맞이하는지도 모른다.


메마른 가지 끝까지 악착같이 물을 끌어올리고, 제 몸을 찢어가며 연약한 살을 밀어내는 일.

그건 그냥 구경하기 미안할 정도로 안간힘을 쓰는 과정이다.

우리는 핀 꽃만 보고 "봄이 왔네" 하고 쉽게 말하지만,

나무는 그 한순간을 위해 온몸을 쥐어짜고 있다.

꽃잎이 돋고 잎이 자라는 건, 나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다 쓰는 아주 치열한 일이다.

봄볕이 따뜻하게 내리쬐어도 나무는 쉴 틈이 없다.

햇빛을 받으려면 잎을 더 넓게 펼쳐야 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수분을 쥐어짜야 한다.


어느 봄날, 초록색 잎이 나오기 전

엄마랑 동네 공원을 산책한 적이 있다. 엄마는 나무들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것 좀 봐... 나무가 얼마나 힘들까? 저 작은 몸집으로 기어코 잎과 꽃을 내려는 것이

살을 찢기는 고통을 겪는 것이 꼭 출산하는 것과 같아 보여"


그날 이후로 나무를 볼 때마다 엄마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엄마는 여태 나무를 그렇게 보았나 보다. 나무의 초록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

누군가 나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겪었을 그 '안간힘' 때문인 것일까?


내가 너무 모른 척하며 살았나? 그저 나무를 보면서 봄이네, 여름이네, 가을이야, 겨울이야,

라고 말을 하면서 굳이 나무가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걸 보면서 고통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얼마나 고맙니, 사시사철 눈이 심심하지 않게 잎도 내었다가, 꽃도 피고, 낙엽도 지고.

겨울엔 눈이 내리면 눈꽃도 보여주니 얼마나 고마워..."

엄마가 그 말을 할 때, 난 엄마가 참 미웠다.


'나무는 고맙고 미안하다면서, 왜 자식한테는 미안하고 고맙다 느끼지 않는 거야?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그렇게 아휴 이쁘다라고 말하면서,

왜 나는 그런 눈으로 본 적 없는 거야? 정말 자식에게 미안하긴 한 거야?'


내 안에서는 그런 뾰족한 생각들이 치밀어 올랐다.

나무의 고통에는 출산까지 대입하며 절절해하는 엄마가,

내 마음이 찢기고 안간힘을 쓰며 버텨온 시간들 앞에서는 왜 그리 무심할까..


나를 세상에 내놓느라 겪었을 그 안간힘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가도,

정작 그 고생의 결과물인 나를 향해서는 한 번도 따뜻한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지 않는 엄마가

참으로 밉고 마음이 서글펐다.


어쩌면 엄마는 나를 세상에 내놓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엄마에 대한 이 미움도 원망도 끝이 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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