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by MSG윤결



어느 날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살아본 적도, 누군가에게서 떨어져 홀로서기를 해본 적도 없는 저에겐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2022년,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조금씩 지나가던 때였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던 저에게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우는 건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문득 들었던 생각이 기어코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한 달 살기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저 일상이 너무 힘들었고,

이러다간 다 주저앉아버릴 것 같던 시기였습니다.

잠시만이라도 손을 놓고 싶었어요. 가게도 나도 변화가 필요해 보였고,

무엇보다 가게에 대한 제 집착이 스스로를 옥죄고 있을 때였습니다.


“나, 한 달 살기가 해보고 싶어.”


이 말 한마디에 주변은 난리가 났습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보겠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랐죠.

“괜찮겠냐” 걱정하는 사람 반, “잘할 거야” 응원해 주는 사람 반이었습니다.


결정을 하고 나니 눈앞에 닥친 건 결국 돈이었습니다.

방 구하는 것부터 먹고 자는 것까지, 온통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더라고요.

가진 게 많지 않아 비싼 방은 꿈도 못 꿨고, 일단 지역을 정해야 예산을 짤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며 에어비앤비를 뒤지다 보니 결국 제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침 친구가 속초에 있는 숙소 하나를 찾아줬어요.

시내권이라 편하고, 바다도 걸어갈 수 있는 신축 오피스텔이었습니다.

혼자 지내기에 딱이었죠.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보증금 없이 전기, 수도, 가스비 다 포함해서 한 달에 90만 원.

창밖으로는 호수가 멀리 보였습니다. 주인분이 세컨드하우스로 쓰는 곳인데,

안 쓸 때만 이렇게 임대를 내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속초로 가기로 결정하고 며칠간 짐을 쌌습니다.

그런데 가기 직전까지 고민이 멈추질 않았어요.

‘내가 없으면 가게는 어떡하지? 나 없이도 돌아가나?

평일에도 혼자 버거울 때가 많은데 그땐 누가 도와주지?’

수만 가지 걱정 때문에 ‘가지 말까’ 망설이던 찰나, 사장님이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너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 좀 버려.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쉬는 날마다 내가 놀러 가면 되지. 주말엔 알바도 있으니까 걱정 말고 편하게 갔다 와.”


맞습니다. ‘나 없으면 안 된다’는 그 오만한 생각이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그 생각 때문에 또 고민하고 있었다는 게 허탈했습니다.

그렇게 사장님 덕분에 전 한 달 살기 하러 속초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가기 전엔 정말 머리 아프게 고민했는데, 막상 가보니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스스로 겁을 먹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

두렵다고 뒷걸음질 치지 말고 딱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그곳이 천국이라는 것.

못 할 건 없다. 다만 용기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을 뿐이죠.


제 한 달 살기는 결국 세 달 살기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이제는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번 해보니까 이게 정말 별일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지금도 속초에서의 시간 중 가장 그리운 순간이 있습니다.

해 질 녘에 지는 해를 보면서 나만을 위해 밥을 짓고, 창밖을 보며 숟가락을 들던 시간.

다 먹은 상을 치우고는 모자 푹 눌러쓰고 운동복에 운동화 신고 밤바다를 걷던 그 시간입니다.

매일 반복하던 그 루틴이 일상으로 돌아오니 가장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가 참 그립네요.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저를 좀 더 세상 밖으로 내보내 보려고 합니다.


속초에서의 세 달은 제게 그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운동화 끈을 묶고 현관문을 나서는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마음 한구석에 '떠남'을 품고 있나요?


겁내지 마세요. 막상 가보면, 정말 별거 아닙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윤결



화, 수,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