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MSG윤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돌아보니 어릴 때부터 "너는 장래희망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말문이 막히곤 했습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할 때도 제 칸은 항상 비어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 한 번도 제대로 상상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꿈을 꾸는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 꿈을 향해 달린다는데,

제게는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사실 꿈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꿀 수 있는 법이니까요.

배고픔에 허덕이던 유년기, 유치원에 갈 나이에는 불안을 안고 살았고,

학교에 갈 나이엔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희망'을 고민할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앞으로 무얼 하고 싶냐"라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합니다.

당장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쁜데, 하고 싶은 걸 고민할 시간이 언제 있었겠어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제가 만난 그들의 얼굴은 참 밝았습니다. 저와는 다른 행복함이 묻어 있었고,

웃음엔 막힘이 없었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는 더없이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진정 행복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알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생활에 찌들어 제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도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며 그들 같은 미소를 지어보고 싶습니다.


타인의 기대가 아닌, 오직 나의 갈망으로 채워진 삶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남이 원하는 것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고 싶습니다.

마흔이 넘도록 타인의 시선과 기대, 그리고 하루하루 버거운 일상에 치여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어릴 적 꿈꿀 여유조차 없었던 허기진 유년의 기억이,

저를 무표정한 어른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남들의 눈치만 살피며 살아온 세월, 정작 제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 남들이 해야 한다는 것들에 휩쓸려 제 삶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맡겨버린 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빈칸에, 거창한 꿈이 아니더라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소한 것들부터 채워 넣고 싶습니다.


오늘 먹고 싶은 음식, 오늘 듣고 싶은 음악, 오늘 걷고 싶은 길 같은 것들 말이죠.

타인의 기대가 아닌, 오직 나의 갈망으로 채워진 그 빈칸들이 모여,


언젠가는 저도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며 그들 같은 미소를 지어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윤결

화, 수,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