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벌써 2026년 1월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어.
1월 안에는 꼭 엄마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직도 그러지 못했어.
2월 아빠 생신 때쯤이면 가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작년 엄마 생일은 내가 챙겨드 졌지. 한정식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했고,
엄마 입맛에 맞게 드실 수 있는 것들로 골랐어. 결국 비싼 돈만 쓰고 좋은 말 한마디 듣지 못한 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나는 내가 해야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했거든.
엄마,
이번 주는 영하 12도, 13도까지 내려간다더라. 그런 소식을 들으면 괜히 더 걱정이 앞서,
엄마 아빠는 잘 계실까, 이렇게 추운데 산책은 안 나가셨을까,
따뜻한 외투는 입고 계실까, 이런 생각이 끝도 없이 들어.
아직은 나도, 엄마 아빠를 걱정하는 자식인가 봐.
몇 달 전, 부모님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가 그러더라.
부모님 자주 찾아뵙고, 자주 같이 밥 먹고, 자주 시간을 보내라고. 아무리 못나도 부모는 부모고,
부모와 함께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두라고 말이야.
지나고 나니 뭐가 그렇게 바빠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안 찾아갔는지 그게 제일 후회된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는 갑자기 겁이 났어. 엄마.
혹시 엄마는 나랑 밥 먹는 게 불편해서 아들과 예비 며느리를 함께 불렀던 건 아닐까,
여행을 가자고 해도 늘 아이들 시간에 맞추자고 했던 건 어쩌면 나랑 시간을 보내는 게
불편해서였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엄마랑 나, 둘이서만 밥을 먹어본 적도 없고
둘이서만 여행을 가본 적도 없고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낸 적도 없잖아.
그래서 엄마의 반응을 살피듯 슬쩍 이야기를 꺼내보다가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건
혹시라도 엄마가 불편해할까 봐서였어.
엄마,
우리는 참 다른 가족이더라.
추운 날 딸 손을 꼭 잡고 추울까 봐 걱정하는 엄마들을 보면
어쩜 저렇게 사랑이 가득할 수 있을까 싶어. 우리에게 사랑이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그 사랑이 나에게까지 닿았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언제쯤 우리는 편안한 엄마와 딸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엄마가 편해지는 날은
언제쯤 올까.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