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여행일기(비엔나 2)
여행이 열흘을 넘어가면서 체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아들들도 아침에 시작하는 일정에 지쳤는지 9시가 되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별히 정해둔 일정은 저녁에 카를성당의 음악회에 가는 것뿐이라 오전에는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1시에 슈테판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50대 부부는 마지막 조금남은 누룽지를 가지고 간 라면쿠커로 끓여서 든든히 먹고 남편이 먼저 호텔을 나섰다.(어디 갔다 왔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나는 빈 자연사 박물관을 목표로 일단 출발했다.
미술사 박물관을 갈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명색이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다고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는 자연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었다.
사실 말만 전공이지 지질학이나 지구과학의 지식수준은 중학생 수준도 안될 거 같다.ㅠ.ㅠ
그런데 출발시간도 좀 애매했던 데다가 버스방향을 거꾸로 타는 바람에 허둥지둥 내려서 갈아타려고 하니 잘못하다간 이도저도 못하고 길에서 시간만 버릴 거 같았다.
결국 자연사박물관은 포기하고 트램을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그리스 신전을 본떠 만든 웅장함에 감탄하고 누구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야 하나 쭈뼛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부탁해서 사진도 찍었다.
바로 옆은 빈의 신시청사인데 무슨 시청건물 또한 그리 멋진지 안 그래도 멋진 비엔나가 더 좋아졌다.
시청 앞은 아이스스케이트장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규모가 서울시청 앞보다 몇 배는 컸다.
이런 멋진 건축물들을 자느라고 못 보는 아들들이 새삼 못마땅하면서 안타까웠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갔더니 결국 모두 늦게 나오고 아까의 못마땅함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점심으로 간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반도 못 먹었다.
빈에 왔으면 유명카페를 가줘야지 하면서 (자허)에 갔더니 대기가 어마어마하다.
또 다른 카페 데멜도 마찬가지라 데멜의 야외좌석에서 빈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지난번 스페인여행에서는 나만 꼭 하고 싶다고했던 마차투어를 못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걸렸는지 남편이 30분에 60유로씩이나 하는 마차를 태워 주었다.
마차를 타고 슈테판 성당 쪽과 그라벤거리 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경험도 괜찮았다.
30분이면 너무 짧은 거 아닌가 했는데 딱 좋았던 거 같다.
관광객이 많은 거리라 곳곳에서 저녁에 있는 다양한 음악회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규모에 상관없이 음악의 도시에서 직접 관람객이 되어보는 경험도 빠트릴 수 없기에 우리는 저녁 8시에 카를성당에서 하는 비발디(사계 음악회)를 미리 예매해 놓았었다.
여행이 마지막을 향해가기에 선물로 줄 마너웨하스도 사고 슈테판 대성당의 전망대에서 비엔나 시내를 조망하고 나니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막내는 혼자서 안 가본 곳을 더 둘러본다기에 짐도 둘 겸 호텔에 들렀다가 저녁에 카를 성당 앞에서 만났다.
카를성당 앞에서는 조그만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며칠 전 뮌헨에서 있었던 사고에 대해 앞에 나와 의견도 말하고 추모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집회라 하면 몇 명이 모였네부터 시작하고 큰 소리로 자기주장을 정말 주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추운 겨울날 저녁 어둠 속에서 열리는 소규모 집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기간 중 혼란하던 우리나라의 상황이 겹쳐졌었는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비엔나에서 무슨 비발디 사계음악회?
했지만 그나마 귀 익은 음악이라 선택했다.
비발디는 베네치아 출신이지만 재기를 노리며 방문한 비엔나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작은 음악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큰 성당이 꽉 차고 통로에 임시 좌석까지도 만석이었다.
귀에 익은 멜로디는 몇 개에 불과했지만 교양 있는 여성인척 음악에 집중한 1시간 30분이었다.
남편은 어김없이 눈꺼풀이 내려왔다.
교양시민 코스프레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날 마지막 도시인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1시 40분 기차로 부다페스트로 가는 날이다.
전날 국회의사당을 다른 가족이 못 본 것이 아쉬운 나의 강력 추천으로 남편과 막내 까지 셋이서 먼저 길을 나섰다.
또 잠에 빠진 큰아이만 두고 체크아웃 전 세사람 짐가방을 맡겼다.
"와 보길 잘했지?"
"그러네"
"하하 호호!"
다시 즐거워져서 1시간 늦게 합류한 큰아이까지 비엔나의 모습을 아쉬움 속에 눈과 마음에 담았다.
어제 시행착오로 못 가본 빈 미술사와 자연사 쌍둥이 건물을 외관만 보고 호프부르크왕궁
또한 시간상 외관만 보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여행이라는 게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 아! 그때 시간을 이렇게 쓸걸...'
' 아! 거기를 가지 말고 여기를 갈걸..."
' 아! 그냥 사 올걸...'
다음에는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준비하다 또 가방을 꾸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