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여행일기 (부다페스트 1))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를 탔다.
계속 2등 칸만 타다가 마지막 이동이기에 기분도 낼 겸 1등 칸으로 예약을 했다.
"2등 칸이 비행기 이코노미석이면 1등 칸은 비즈니스석이네"
비즈니스석을 타보진 않았지만 아들 녀석의 말대로 좌석도 훨씬 편안하고 무엇보다 식당칸의 메뉴를 자리에 앉아서 바로 주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비스를 하는 직원이 친절한 데다 꽃미남이기까지 했다.
2시간 반여를 가는 동안 시골쥐 서울구경하듯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잔뜩 기분을 냈다.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은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들과
비교하면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네' 였다.
처음 마주친 사람들의 외모는 미묘하게 살짝 동양의 분위기도 있었고 대체적으로 도시의 분위기가 부드럽다고 느껴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헝가리의 마자르족이 훈족과 더불어 아주 오래전에 아시아민족의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마자르족은 점차 유럽 쪽으로 이동하면서 오랜 기간 그들만의 문화와 더불어 유럽의 문화가 융합된 여타의 유럽국가와는 조금 다른 문화를 만들었다고 이해했다.
숙소가 세체니 다리 근처여서 짐을 놓고 이미 어두워져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2월 말로 향하고 있는 데다 추위를 잔뜩 경험하고 온터라 부다페스트의 날씨가 한결 온화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수강신청 작전을 짜야해서 오전에 못 나간다는 작은아이를 두고 셋이서 먼저 부다왕궁으로 향했다.
프라하성채의 규모보다는 작지만 부다왕궁도 복합적인 성 단지라 규모가 컸다.
내부는 보지 않고 도시의 전망을 보기 위해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고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도나우강 건너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여유 있게 둘러보았다.
오후에는 쉬며 걸으며 쇼핑거리도 걷다가 성 이슈트반 성당에 갔다.
역사가 아주 오래된 성당은 아니지만 부다페스트의 상징적인 성당이고 (헝가리 초대 국왕이자 성인인 이슈트반을 붙임)전망대가 있어서 시내를 넓게 사방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입장권을 올인원으로 사지 않아 내부는 보지 못했다.
그나저나 그 앞의 광장이름이 엥겔스광장이라는데
사람의 이름을 붙인 건지 다른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해가 지기 전에 어부의 요새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역시나 노을과 야경을 둘 다 즐기면서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옆의 성당에 들어가 보려 하니 티켓박스가 닫혀 있어서 아쉬웠는데
다음날 찾아간 마차시 성당이 바로 그 성당이라서 황당했다.
서툰 여행계획 덕분에 어부의 요새는 두 번 방문하게 되었다.
어두워지길 기다려 유람선을 타러 갔다.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는데 유람선을 타는 것도 좋다.
몇 년 전 있었던 가슴 아픈 사고를 기억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도 한 마음으로 잠시라도 추모와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한 시간 가량 유람선을 타는데 낮보다 훨씬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각 건물들에 대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도 잘 되어 있어서 헝가리와 부다페스트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헝가리 음식 전문 식당으로 갔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친절한 매니저가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South Korea라고 말하니
"맛있게 드세요"
라고 서툰 한국어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한국 관광객을 위해 맞춤으로 익혀두었나 보다.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 관광객인 우리에게 파프리카소스를 넣어 먹으라며 또 한 번 친절하게 알려주니 부다페스트의 인상도 더 좋아지고 마지막 저녁 식사도 아주 만족스럽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오후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서로
"와.. 좀 빡세네. 딱 10박 정도가 좋은 거 같아"
했었는데 막상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나는 이삼일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제일 단순하고 예상가능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아줌마로서는 당연한 생각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