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했어도 끝은 좋은 유럽여행기 12

늦게 쓰는 여행일기(부다페스트 2)

by 가을바람

315박 17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저녁 7시 25분 비행기로 부다페스트를 출발한다.

체크아웃 후 호텔에 짐을 맡기고 지난밤 야간크루즈에서 보고 감탄을 연발했던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밤에 조명을 받은 모습과 밝은 햇빛아래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였다.

마지막 날이라는 감흥과 포근한 햇빛을 느끼며 작은아이와 죽이 맞아 한쪽씩 에어팟을 나누어 끼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들으며 도나우(다뉴브) 강변을 따라 걸어서 갔다.

아마도 그 순간이 오래 잊히지 않을 거 같다.

밝은 날에 본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웅장하고도 아름다웠다.


어부의 요새 옆에 있는 성당이 마차시 성당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택시를 타고 마차시 성당으로 갔다.

내려서 잠시 황당했지만 덕분에 어부의 요새에서 강 건너 페스트지역을 다시 감상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차시 성당의 지붕도 그렇고 성당내부는 여느 유럽의 성당 내부와는 미묘하게 다른 양식의 건축과 장식이라 흥미롭게 보았다.

특히 2층의 부속실에 황제의 대관식 복장이나 역사적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그랜드 마켓 홀로 갔다.

그동안 여행에서 택시를 많이 타지 않았었는데 마지막 날이라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생각과 택시비가 우리나라 보다 체감상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해서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무얼 살까 하다가 무게나 부피에서 부담 없는 파프리카 가루를 사려는데 남편이 숙소 근처 쇼핑거리보다 그랜드 마켓이 훨씬 저렴하다길래 그쪽으로 갔다.

확실히 가격은 저렴했지만 우리가 구입한 곳의 여사장님이 굉장히 불친절했다.

불친절하면 다른 데서 사도 되련만 바로 옆가게보다도 저렴하니 그 유혹이 불쾌감을 이겼다.

아! 돈의 노예여 ㅠ.ㅠ

우리가 고춧가루를 먹듯이 헝가리 사람들은 파프리카 가루를 사용하나 보다.

헝가리 대표음식인 굴라쉬에도 꼭 필요한 재료이다.

돌아와서 굴라쉬를 한 번 해보았는데 나름 쉽고도 맛있었다.

토카이 와인과 파프리카가루를 사고 숙소 근처로 와서 마지막으로 dm에 들려 이것저것 쓸모 있는 것들로 구입했다.

. 호텔에 맡긴 가방을 찾아 짐을 정비하고 오후 4시 반쯤 공항으로 출발했다.

줄은 짐은 가져온 음식뿐이라 예비로 가져온 백팍에 짐을 분산시켰지만 붙이는 짐의 무게가 오버되어 다시 무게를 분산시키느라 힘을 뺐다.

동행끼리 무게를 나눌 수는 없는 건가?

그렇게 해주는 경우도 있던데 1kg 오버도 전혀 용납하지 않았다.


어두워진 부다페스트를 뒤로 하고 비행기는 출발했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4시간이 아주 힘들어서 부다페스트에서 인천까지 10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15박 17일의 여행이 시작은 삐끗했지만 행복과 추억과 아쉬움을 주고 잘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짐만 놓고 자연스럽게 찾아간 곳은

동네 맛집인 감자탕집!

얼큰한 국물로 속과 여독을 풀고 나니 이제 내가 할 일이 태산이다.

빨래와 정리가 당장 눈앞에 있는 현생이다.


삶이 때로는 고달플지라도 여행이 있어 그 고달픔을 덜어내고 잊기도 한다.

여행이 주는 여운이 내내 선물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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