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사람으로 일어서기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일본 영화 '백 엔의 사랑'을 보았다.
일본의 연기파 배우인 안도 사쿠라가 주연인 영화로 2014년 개봉작이다. 그녀는 이 영화로 일본아카데미에서 수상했고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눈에 띄어서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한다.
32살의 백수이자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이치코(안도 사쿠라)가 가족과 싸운 후 홧김에 집을 떠나 독립하고 자신이 드나들던 백 엔 편의점에 취업을 한다.
그리고 우연히 복싱체육관에서 보게 된 퇴물 복싱선수인 카노유지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이치코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바나나만을 사가는 그는 절제가 몸에 밴 금욕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 볼 일 없고 오히려 이치코에게 빌붙어 살다가 바람이 나서 떠나버리는 하류이다.
이치코는 편의점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잠든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만 여전히 편의점에서 일하고 기간이 지나 폐기하는 음식을 노숙인이 가져가도록 배려하는 등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사람의 빛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꼭 하고 싶은 것은
'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싸우고 이겨보는 것'이다.
그래서 권투 장갑을 끼게 되고 훈련을 할수록 그녀의 눈빛이 살아난다.
비로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에 성공한 것이다.
선수로서 시합에 나가기를 간절히 원했고 결국 선수이지코로 링 위에서 멋지게 싸우고 멋지게 지게 된다.
그러나 승패는 이제 의미가 없는 일이다.
시합을 마치고 나온 그녀를 기다리는 백 엔의 남자는 잘 싸웠다고 말하고 그와 밥을 먹으러 가는 그녀의 뒷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 남자 주인공이 실제 제일교포 3세인데 마사지업소 여성을 성폭행해서 실형을 살고 영화계 퇴출 되었다. 연기도 잘하던데..)
어둡고 불만 가득한 여성의 얼굴이 생기 있게 변화해 가는 것이 사랑 때문이었다가 결국은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내면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어 재미있게 보았다.
백 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해서 중국에서 만든 작품이
'맵고 뜨겁게. YOLO '이다.
감독인 자링 이 주연까지 맡아서 두러잉역할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이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30kg 이상 찌운 뒤에 뚱뚱한 두러잉을 찍고 다시 1년 동안 50kg을 감량하여 영화에서 권투시합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찍고 뒷장면을 찍었다고 하니 정말 놀랍고도 존경할만하다.
자링은 국내에서는 잘 안 알려진 편이지만 중국에서는 코미디언, 배우, 감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원작보다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적절히 들어가서 보기에 훨씬 가볍다.
중국에서 흥행에 정말 성공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원작의 큰 플롯을 따라가면서 훌륭한 코미디언인 자링의 연기로 잔잔한 재미를 준다.
한 가지 원작과 다른 점은 마지막 장면이다.
시합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밥이라도 먹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상황을 보죠"라고 말하며 쿨하게 헤어지고 엉망이 된 얼굴로 돌아가면서 다시 권투스텝을 밟으며 팔을 뻗는다.
그리고 그녀가 sns에 남긴 건 상처와 멍든 얼굴사진과
'권투시합에서 싸운 나는 내 방식대로 이겼다'라는 메시지였다.
'꼭 한번 이기고 싶다'던
그녀의 열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좋다.
맵고 뜨겁게는 여성이 몸의 변화를 통해 자아를 찾는다는 쪽으로 해석되기도 하여 호불호가 있지만 두 영화 모두 핵심은 알을 깨고 나오기이다.
그건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만 가능하기에 이치코와 두러잉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꼭 한 번은 이겨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결국 이겨야 하는 건 상대보다 자기 자신이라는 걸 다시 알려준 두 영화 모두 좋은 작품이고 작품성은 백 엔의 사랑 승! 대중성은 맵고 뜨겁게 승!이다.
사진 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