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바람 Jun 13. 2022

하루 5분의 설레는 시간

  "하루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나의 해방 일지에서  미정이가 구 씨에게  사는 법이라며 해준 말이다.

시청 1회 차에는 ' 5분이면 쉽지, 하루에 자는 시간 빼고도 16시간인데 고작 5분으로 숨통이 트인다고?'라고 생각했다. 좋은 드라마는 n차 시청이 기본! 몇 번 보다 보니 대사가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늘 하루 지내며 든 결론은  설레는 순간 모아 5분 만들기 쉽지 않다. 물론 그 5분은 극 중의 구 씨처럼 철저히 1로 살아가는 경우에 더 해당되고 보통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과(친구. 가족. 연인) 만나  웃고 이야기하고 교감을 나누는 시간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될 것이다.

  


  며칠 만에  동네 산의 둘레길에 들어서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어제 내린 비로 숲 속의  바람과 향기가 더 신선한 게 한몫을 거들었다.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도 많이 걷곤 하는데 오늘은 설레는 기분으로 그냥 걷다 보니  산속 물 흐르는  소리가 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때  갑자기  설레는 순간 5분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 진지해져서  정말 순간순간 시간을 적어 5분이 어렵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고작  내가 설레고  기분 좋았던 건  물소리가 들려서 3초, 물이 흐르는 걸  보고 만져서  4초, 바람이 시원해서 다시 4초....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그리고  긴 오후 내내  수집할  몇 초가 없었기에  오늘 하루 나의 설레는 시간 5분 만들기는 실패다.


    하루의  행복 지수를 매일 단순 계산으로 플러스 마이너스해야  한다면  나의 일지는 빨간색으로 적자 표시되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무슨 문제가  있나 자문해보면 나의 삐딱한 시선과 나만의 잣대 탓이다. 거기에 욱하는  성질머리까지....

오늘 하루는 또 거의  1로  혼자였기 때문에 설레고 기분 좋은 순간이 부족했을까?

아니다.

나도 편안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사람과의 관계 맺음과  그 원안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모아 하루 설레는 시간 5분 만들기!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고  정말  소몰이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끌고 가는 하루(해방 일지 속 대사)에  5분은 귀하디 귀하 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금전 출납부를 적듯이  며칠간  감정 출납부를 적어볼까라는 주책맞은 생각을 해본다.

외부적 요인으로 설렘을 모을 수 없다면 내가  다른 이에게 설렘을 주어야 함을 이론적으로는 터득한 지 오래인데 실천이 늘 부족했다.

내일은  어느 순간의  몇 초가  우리를 설레게 만들 것인가?

기대를 안고  하루를 접는다.

작가의 이전글 올여름도 잘 부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