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햇빛은 행복 1

3- 골목과 축구

by 가을바람


프랑스 왕가의 후손이었던 스페인의 펠리페 5세가 어린 시절 지냈던 베르사유궁전을 모티브로 건축한 마드리드왐궁의 외관은 아름다웠고 일반에게 공개 중인 50여 개의 방에서 위엄 있고 호화로운 왕실의 생활모습을 짐작하며 상상해 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마드리드왕궁의 첫 느낌은 한껏 화려하지도 위엄 있지도 않은 가운데 넓은 대지가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마드리드를 떠나 렌페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세비야의 첫 느낌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건 세비야 대성당 주변과 신도심을 보기 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숙소로 가는 도로 위의 오렌지 가로수들을 보며 남부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가 세비야에 있는 시간과 이강인선수의 팀이 원정 와서 세비야 fc와 경기를 하는 날이 겹쳐서 미리 예매를 해놓았던 터라 숙소에 짐 만든 채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했다.

택시가 바로 잡히지 않아 일단 걷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만나게 된 세비야의 골목길...

차가 지나갈 때면 골목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여야 할 정도로 좁은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있고 그 골목길에는 작은 바 들이 있어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 옛날의 영광은 물론이요 현재도 스페인 4대 도시로 불리는 번화하고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좁은 골목길들은 예전에 이슬람지배시절 유대인 거주지역이라고 한다.

우리는 세비야의 화려함을 보기 전 좁은 골목길을 먼저 만난 것이다.


경기장이 가까워질수록 세비야팀의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을 한 현지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해외축구 마니아인 막내와 강인맘에 가까운 나 또한 한껏 기대감을 안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와우! 정말 기대이상이다.

이건 그냥 동네 축제다. 친구들과 같이 와서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고 응원하는 뒷줄의 스페인 아저씨들과 아들과 같이 온 아빠, 연인들, 예쁘장한 스페인 아가씨 둘은 늦게 왔지만 계속 응원가를 부른다.

어느 구역이 딱히 응원석이라 할 거 없이 전후반 내내 응원가가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빨간 스카프를 돌리고 경기내용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그들의 응원이 정말 재미있었다.

바르셀로나 홈구장에서도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관람분위기가 달라서 뒤에 생각해 보니 세비야에서의 관람이 이방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남부스페인 특유의 정열을 제대로 느꼈다고나 할까?

축구 마니아인 막내를 빼고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지라 예전에는 야구경기를 보러 많이 갔었다. 우리 가족은 전국구팀인 기아타이거즈팬으로 기아팬들의 응원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 세비야의 응원에서는 약간의 전율마저 느꼈다. 지신의 팀을 진정사랑하는 영혼마저 담긴 응원구호가 내내 맴돌기까지 할 정도로....

경기 후 이강인 선수 사인을 받겠다며 야무지게 노트와 매직펜까지 챙겨갔지만 어디서 그 많은 팬들이 왔는지 정말 많은 한국팬들이 모여있어 멀리서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강인선수의 동료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세비야의 진짜 얼굴을 보기 전 감춰진 얼굴과 같은 좁은 골목길과 그들의 영혼이 담긴 목소리를 들은 세비야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 Mi sevilla sevilla sev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