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햇빛은 행복 2

4-자존감과 자신감

by 가을바람

숙소에서 나와 눈길을 끄는 기념품가게들에 눈독을 들이며 큰길로 나오니 바로 트램이 다니는 옛길과 이어진 세비야알카사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이라는 세비야알카사르는 그라나다 알함브라를 보기 전부터 이슬람건축양식의 미학에 매료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알카사르 코앞의 세비야 대성당은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성당이자 세계 3번째 크기이다.

이슬람 세력이 물러간 뒤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덕분에 세계 최대의 도시가 되었던 세비야를 상징하는 세비야 대성당은

"성당을 본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만큼 거대하게 지으라"

지침대로 가까이에서 도저히 가늠할 수 없도록 사방에서 보는 모습이 달랐다.

이 처럼 자존심과 자만심의 결정체인 성당옆의 히랄다탑은 원래 이슬람의 기도시간을 알리던 탑이었다고 한다.

가톨릭에 패배 후 물러가는 이슬람세력이 자신들의 상징적인 탑이 무너지는 모욕을 우려해 자신들의 손으로 부수고 물러나기를 청했으나 가톨릭에서는 벽돌 한 장도 빼내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 후 성당옆의 첨탑에 종루와 풍향계를 설치해서 히랄다탑이 되었다.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의 공존이자

세비야의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를 생산하는 것도 지속시키는 것도 자신감과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되는 것을 곁눈질로 교묘히 모방하거나 파괴해 버리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수많은 정복자들이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고 그러한 정복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채 단순히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 지배자로 역사에 남을 뿐이었다.

자신들이 세운 30층높이의 탑을 부수고 물러갈 것을 요구했던 이슬람은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위화감없이 서있는 세비야대성당과 히랄다탑은 뒷날 문화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대상이 될 것을 알지 못했을 당시 사람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상징이라고 하고 싶다.


대성당 안의 화려함과 더불어 유명한 것은 콜럼버스의 관이다.

4명의 스페인 왕이 메고 있어 허공에 떠있는 관은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

라는 유언 때문이라는데 세비야를 세계적 도시로 만들어준 유세를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비야대성당에서 남편은 가슴 한편에 밀쳐두었던 신앙심에 다시 빛을 밝혔다.

어린 시절 영세도 받고 신앙생활도 했으나 (나는 알지 못하지만) 여차 해서 여차하게 된 믿음의 마음이 성당내부의 웅장함과 화려함과 엄숙함에 압도되어 발길을 돌리지 못하더니 1주일 뒤 바르셀로나의 성당에서는 미사에 참석까지 하고 왔다.

남편에게는

'나 성당 좋아하네?'를 알게 해 주고

아는 척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역사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얇게 생각해보게 했던

세비야는 젤라또마저 엣지있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