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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Oct 06. 2023

누군가의 오래된 사진 속에 내 모습이 있다는 건

  예전 노래 중에 '가을사랑'이라는 곡이 있다.

그 노래를 부르던 게 후배의 대학시절이었는지 졸업 후였는지 뚜렷하지는 않은데  차분하게 부르던 목소리가 오늘 아침 생각난다.

오래전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배인데  몇 주전 다니러 나왔다가  오늘 출국이라고 한다.

귀국했던 날 잠깐보고 이틀 전 다른 후배의 집에서는 깔깔 웃으며 즐거운 수다를 나누었다.

대학의 서클(그때는 동아리라 하지 않았지) 동기인 두 사람은  막역한 친구이고 나는 그녀들의 1년 선배이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서울에서 볼일을 보는 며칠 동안 흔쾌히  방을 내어주고 숙식을 제공한 후배는 동기인 학생과 결혼했으니  후배의 남편도 나에게는 1년 후배가 되어  집에서 먹고  웃고 떠드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래된 인연들이 만나면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어 추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기억하는 후배들의 풋풋한 신입생 시절에서 시작하여 서로의 기억 퍼즐을 맞추다가 급기야는 집주인 후배가 사진앨범을 꺼내 왔다.

그 속에 30년도 지난 나와 후배들의 모습이 있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들이 먼지를 먹으며 기다리다가

"어서 와! 그 시절~ 잊지 않았지?" 하고 환대하는 듯했다.

문득 동기들과의 인연은 다 끊어진 지 오래인데  후배들과 인연을 이어왔다는 게  새삼스럽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예전보다 사진을 10배는 많이 찍어도 인화한 사진을 찾기 어렵다. 백업도 미루다가  메모리에 밀려 삭제되는 순간들도 많은데  오래되어 빛이 바랜  누군가의 구식 사진앨범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십년전의 사진을 여전히 같이 볼 수 있다는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내성적이던 B는 제일 말을 많이 하는 중년이 될 만큼 시간이 오래되었다.

그래서  서로의 젊은  날과  힘들기도 했던 세상살이를 알고 있고 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보인다.


이제는  나이 들어 사진 찍기 싫다고 이구동성 말하면서도  짧은 만남을 기억할 사진을 찍는  순간....

그 한 장의 사진도 몇 년 뒤에는 또 추억이 될 것이다.

캐나다로 돌아갈 후배도 가까이 있는 후배도

모두 건강하게 열심히 살기를  다짐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날이다.

Goodbye ~  hannah  !

곧 보자~ B!





(커버사진/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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