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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pr 30. 2024

밭농사 자식농사 모두 어려워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해야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열무도 솎아오고  뿌리내리기에 실패하고 전사해 버린 고추도 몇 개 더 심어야 해서 남편과 함께 가보았다.

옆에 있는 밭의 농장지기께서  하루 전 배나무에 무슨 약인가를 뿌렸다고 열무를 솎지 말라고 일러 주신다.

한 이틀 있다가 뽑아야 한다고 하셨다.

열무를 뽑아서 김치를 담가야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찮은 맘이 들던 차였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미룬다고 없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하기 싫을 때 억지로 하는 것은  더  힘들다.

이미 사망판정을 받은 고추모를 몇 개 뽑아내고  새로운 모종을 심은 뒤에 남편은 휴일에도 출근해서 할 일이 있다며

숙제를 내주고 가야 한단다.

그런데 그 숙제란 게 원리는 이해가 되지만 마냥 쉽지가 않다.

시범을 보이는 남편에겐 식은 죽 먹기처럼 보이고

"참 쉽지요?" 하며 잘난 척을 한다.

모종을 심은 자리를 둘러서 동그랗게 약간의 흙을 돋아주어 물이 더 잘 머물도록 해주는 건데...  어렵다.

처음으로  꽃삽 잡은 농사초보에게는

마치  이제 한자리 수 더하기 배우는 초등생에게  인수분해하라는 격이다.

어렵지만 어찌어찌  흉내를 내며  또 하나를 배운다.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 와서

 '인간 극장' 프로그램을 본다.

이번 주는 북한의 아오지에서 탈북한 금영 씨가  호주에서 일군 인생성공 스토리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난이 있었기에 강한 생활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엄한(?) 생활교육을 하는 엄마이다.

살짝 반항하는 아들을 달래고  자신이 애정표현이 서투르고 어색해서  노력을 해야 할 수 있단다.

격하게 공감했다.

고 3인 아들과 어제저녁 의견충돌이 있고 어색해진 채로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 차 안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매번 엄마인 내가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얼렁뚱땅 화해를 했지만 오늘은 아들의 까칠함이 미웠다.

큰 아이와 다른 예민함이 있기에 최대한 아이의 성향에 맞추어 주려고 노력해 왔는데  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랑인 거 같다.

그래서 갱년기의 엄마는 서글프다.


물을 주면 자라고 풀을 뽑으면 예쁜 얼굴을 보여주는

조그마한 밭농사가  자식 농사보다  피드백이 빠르다.

밭농사를 짓는 농부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도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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