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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pr 23. 2024

데이 식스의 노래를 노동요로 들으며 열무 솎기

 열무를 솎는다?

나도 처음 해보았다.

씨앗을  너무 많이 심어서 열무가 올라오며  자리가 빽빽하다.

 사람도 인구밀도가 높으면 답답하듯이 열무도 숨 쉬고 더 잘 자라도록  어느 정도 뽑아내어  자리를 여유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친절한 알고리즘 때문에   3년 전 데이식스가 군복무 할 때 각자의 부대군복을 입고 열린 음악회에서  노래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보게 되었다.

군대 간 아들 때문에 내가 군대 영상을 보았던가?

아무튼  그 노래를 듣고  너무 예쁘고 좋아서 감동했다.

그 영상을 자주 보면서 엄마 미소를 짓는다.

우리 아들아이들도 저렇게 빛나는 청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고  밴드의 연주와 노래도 너무 예쁘고 멋졌고 그 젊음의 에너지와  메시지와 기운이  나도 한순간 과거로 간 듯 기분 좋았다.

그런데 그 밴드 데이식스의 노래가 현재 역주행 중이라고 한다. 짝짝짝!!!

신나고 밝은 노래라서 한 시간 연속 듣기를  선택하고 이어폰을 꽂고 들으며  밭에 물을 주고 열무를 솎아서  다듬어 왔다.

청춘 밴드의 노래를 노동요로 듣게 될 줄이야....

  다 솎고 보니 군데군데  쥐 파먹은 머리 같아서 영 보기가 안 좋았지만  처음이니까 괜찮다.

상추도 몇 잎 뜯어오고  다듬어온 열무는  나누어서  반은 삶아서 나물을 했고 반은 겉절이를 하려고 한다.


딸기 모종도 잘 뿌리내려 어느새 앙증맞은 열매를 맺었다.

화려하게 꽃 피웠던 벚꽃도 다 지고 이제 철쭉도 꽃반 잎반이다.

하나가 끝나면 새로운 하나가 시작되고 멈춰있는 거 같지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오늘 나의 한 페이지도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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