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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pr 09. 2024

오늘의 날씨는 '봄'입니다.

내 마음

 조그만  주말 농장의 텃밭에서  일주일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리 없다.

어서어서 자라길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일 뿐  이제 막 땅을 뚫고 나온 아이들은  지기들이 뿌리내린 땅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일 터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더 자주 나의 손길을 부르겠지만  아직은 달리기  준비 자세와 같다.

배 과수원에 만들어진 주말농장이라  언제 배꽃이 필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따뜻한 햇살을 잔뜩 받은 나무들 중 일찍 꽃을 피운 아이들이 있다.

벚꽃보다  어른스럽고 의젓하다.



  주말에  시댁에 내려갔다 온 남편이  씨감자를 가져왔다.

바로 심어줄 능력이 나에게는 없는 탓에  며칠간 잠시 대기 상태이다.

오랜만에 내려가 아들노릇하며 시댁의 밭농사 준비를 거든 아들이  주말농장을 한다며  씨감자를 챙기자  시어머니께서 걱정하셨다고 한다.

며느리(나)가 싫어할걸 왜 하느냐며....

왜 아니겠는가?

시골집 며느리가 된 지  반 오십 년이 되었지만  시댁 바로 앞의 밭에서 상추를 뜯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평생 농사일로 허리가 굽으신 시부모님께서는 아직도 쌀은 물론이요 고춧가루, 깨, 들기름과 철마다 택배로 야채를 보내주신다.

넙죽넙죽 받으면서도  너무 많이는 보내지 마시라고 말하는 얄미운 며느리는  손이 야무진 동서가 고구마를 직접 밭에서 챙길 때도  본투비 촌남자인 남편에게 미루기만 하는 걸 봐오셨으니 걱정하시는 게 당연하시다.

하지만 어머니..

제가 하자고 했어요. 왜 그런지 해보고 싶어서요.^^

20년 넘게 눈으로만 가끔 농사 공부했으니  이제 호미 잡고 실전입문입니다.


잠깐 딴 소리입니다~^^

아침마다  둘째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 주차장에 도착시간이 7시 50분에서  1~2분 플러스마이너스이다.

그럼 꼭 마주치는 같은 동의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지팡이를 집고 모자를 쓰시고 손가방을 옆으로 매시고  노인보호센터의 차를 타시거나 기다리시거나 이다.

차가 먼저 와서 기다리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아파트 안 도로에서 차가 엇갈려 지나간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날마다 루틴처럼 마주치니 아들의 말대로 '내적 친밀감'이 생겨버렸다.

그런데 어제 아침 할머니도 보호센터 차도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마다 나가시는 할머니를 뵐 때마다 아침식사는 하고 가시는지, 혼자 지내시는 건지 궁금하였는데 말이다.

무슨 일일까? 편찮으신 걸까?.... 궁금증과 함께 걱정이 함께 했다.

오늘 아침에도 주차를 하고 현관 입구에 갈 때까지 할머니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어제의 걱정보다 단계가 높아지려는 순간

1층에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모자 쓰시고 지팡이 짚으시고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반가웠다.

이제는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야겠다.

봄에는  누구나 조금씩 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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