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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pr 16. 2024

진심과 욕심사이

몇 주 동안  비워두었던  자리에  이 친구 저 친구들을 데려왔다.

더워지기 전 시작하자며 일요일 아침에 모종을 파는 화원으로 출발했다.

분갈이를 해주어야 할 군자란 화분까지 데리고 가보니 가게의 문 앞이 부지런한 도시농부들로 문전성시이다.

얼마나 모종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비는지 당분간은 바빠서  분갈이를 5월 초에나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무거운 화분을 다시 싣고 집으로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심란하여 다시 부탁을  하니  마지못해 후다닥 해 주셨다.

원래 생각은 한 화분에 너무 많은 군자란을  두세 화분집으로 분가시키고 싶었는데  뿌리가 서로 엉켜있어서 대략 난감이라고 그냥 큰 화분으로만 옮기는데 그치고 말았다.

제 값을 다 치르고 해온 일인데 사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냥 그냥 정리해 주신 거 같아 아쉬웠다.

아무튼 본업인 화원의 일보다 모종을 파는 일이 주가 되는 시기가 따로 있을 만큼  도시의 농부들이 생걱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계획대로 청양고추, 대추방울토마토, 가지, 딸기 모종을 사서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한 달 사이  가장 성장이 빠른 것은 봄 열무이다.

며칠에 한번 물을 주러 혼자서 가볼 때마다  "저 잘 있어요!"

하듯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강미를 뽐내고 키도 잘 자란다.

빽빽한 것들은 솎아주어야 하기에 일요일 돌아오는 길에 조금 가져와서 살짝 무쳐먹어 보았다.

세상에나...!

씨앗을 뿌리고 겨우 한 달 사이에 이런 재미를 주다니 실로 재미있고 놀랍다.


남편이 시골 시댁에서 공수해 온  비닐을 지난번 작업해 놓은 고랑마다 씌웠다.

비닐을 씌우는 이유는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고 땅의 습기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 걷어 내냐고 하니 작물 수확이 다 끝날 때까지 그대로 두는 거라고 한다.

비닐 작업이 끝난 후 열을 맞춰 친구들 자리를 찾아 주었다.

심는 작업은  보기와 달리 난이도가 下는 결코 아니다.

처음 해보는 내가 똥손인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땅 몸살 없이 잘 자리 잡도록 해주어야 하는 일이니  마음을 다해해주어야 하는 의무감까지 생겼다.

준비한 모종들을 다 심고 나니 이제 정말 작은 텃밭이 완성되었다.


4월 14일 일요일에 모종을 심고  다음날  땅에 충분히 스밀 만큼의 비가 왔다.

평소 같으면 갈까 말까 망설였을 텐데 아이들이 궁금해서 조금 전 가보았다.

불과 이틀밤사이 열무는 더 자랐고 일요일에 심은 아이들도 잘 자리를 잡은 거 같았다.

마음이 흐뭇하였다. 진심으로...

평일오후 호젓한 주말농장의 햇살아래 이웃텃밭의 농부 아주머니가 친구들과 고기 파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조만간  친구를 불러  텃밭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마음을 주어 살피고 찾아갈 작은 땅이 주는 만족이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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