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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May 07. 2024

부모님의 텃밭

엄마의 텃밭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마당의 화단을  텃밭으로 개조한  엄마의  농사는  여전히 깔끔하다.

고추, 토마토, 상추는 기본이고 한쪽에 아욱도 잘 자라고 있다.

그 아욱으로 끓인 된장국을 맛있게  먹고도 밭에난 아욱을 보고 머위냐고 물어보는  딸을 어이없어하신다.

오랜 면역성 질환과 노화로 굽어진 허리로 당신이 평생 생활해 오신 습관을 못 버리고 잠시도 집안일을 쉬지 않는 엄마는 농사도 깔끔하기  그지없다.

엄마의 부지런함과 깔끔함이 너무 지나쳐서  자식들이 힘들다며 짜증을 부리기도 했지만  새삼 생각해 보면

아직도 부지런하고 깔끔한 생활을 유지하실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이제는 엄마의 텃밭이 엄마의 시간을 쓸모 있게 만들어 주고

작은 즐거움이 되어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여름이면 토마토를 따서 가져가길 권하곤 하셨는데

이번 여름에 나의 텃밭에 토마토가 많이 열리더라도 엄마의 토마토를 가져와야겠지?


아빠의 텃밭


하늘로 돌아가신 아빠도 텃밭 농사를 하셨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는 공유지를 일구어  몇 년간 농사를 하셨는데  내가 가본 적은  아마  많아야 두세 번이었을 것이다.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하셨고 이미  직장과 결혼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기도 했고 아빠의 농사에는 관심도 없었다.

아빠가 무엇을 심으셨었는지 기억도 없지만  아침저녁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밭을 오가시던 모습은 생생하다.

데면데면구는 자식들, 의견이 잘 맞지 않는 마누라보다

혼자서 밭에 가시는 게 마음이 편하셨을까?

좁은  땅에 무엇이 그리 할 일이 많았을까?

더운 여름에도 한 번 휙 나갔다 오셔서  땀 씻으시고 술 한잔 드시고  낮잠을 주무시던 모습이 마음 아프게 그립다.

아빠의  마음을 달래주고 시간을 보내시던  그 땅에 조금 더 따라가 볼 걸 그랬다.


어제 엄마와는   점심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갔다.

아빠와는  가보지 못했다.

 큰 아이가 어렸던 아주 오래전  5월에 아빠를 모시고 같이 갔던  푸른 청보리밭이 생각난다.

나이가 드니  어버이날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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