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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May 14. 2024

배우기와  나누기가 가능해요.

쓸모없는 배움은 없다.

씨앗을 심고 싹이 트고  땅 위에 모습을 보인 초록이들이  자라는 게 눈으로도 알아볼 정도가 되면 이제는 손이 바빠질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슬쩍 가서 눈도장 찍고 물을 주는 걸로 할 일을 다 한 거 같이 생각했는데  먹고 잠만 자던  아이가  뒤집고 앉고 기어 다니고 걷듯이 초록이들도 쑥쑥 자란다.

그래서 게으른 텃밭농부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 하는 작은 푸념도 하게 된다.


'농사가 만만해 보였니? 이건 취미로 하는 일이  이니란다.

메롱~'

하고  나를 약 올리는  초록이들...

50을 넘겨 살아온 나의 깜냥과 무관심 속에서도 눈으로 배운 엄마의 텃밭을 교재로 삼아 볼 때 해야 할 일들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일단

물을 더 자주 준다.

너무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아이들 솎아준다.

눈치 없이 참견하고 있는 잡초들도 뽑아준다.

사실 잡초는 선택사항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집안 청소가 오전의 필수 루틴인 사람이니 만큼

잡초를 뽑아 깔끔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 토마토를 시작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묶어서  튼튼하게 자라고 열매의 무게를 견디도록 해주어야 한다.

옆 텃밭을 눈치껏  커닝하며  다이소에서 지지대를 사다가 한발 늦게 지지대를 세웠다.

이제 급한 건 다 했나 했더니  윗텃밭의 어르신이  고추의 아랫잎도 다 따주라고 알려주신다.

 "네?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아~ 이렇게  이렇게  아래 올라오는 잎들을  없애는 거요"

시범을 보이시고  쿨 퇴장 하신다.

알려주신 대로  또 낑낑 거리며  완수!


그런데  분명 본투비 촌 남자  남편을 믿고 시작한 주말 농장인데 이건 완전히 주객전도이다.

근  한 달간  쉬는 날이 없이 일하는 불쌍한 남편아~

주말농장은 내가 잘 지키고 있을게!


주말 농장의 일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솎아내고 따준 채소들은 이제 집안일이 된다.

지난주 솎아 주고 뽑아온 열무로 물김치, 일반김치를 담갔고 토요일 오랜만에 마주 앉은 가족의 식탁은  온통 텃밭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김치 두 종류, 상추 두 종류와 치커리로 쌈을 먹고 청경채를 볶았다.

그리고  잠깐씩 일하는 곳의  동료들에게  상추와 치커리를 조금씩 나누어 주는 기쁨을 맛보았다.

먹고 나서 맛있다며 말하는 동료가 예뻐서  또  준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텃밭농사일은 내가 알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 필요 없는 배움과 앎은 없다.

'배워서 남 주나'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작은 주말 농장에서  배우고 나눌 수 있어  재미있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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