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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May 21. 2024

주말농장異夢과  점심

다르다.

원래 많이 다르다.

맞춰가는 거 같다가  또 다르다.

서로 다르다.

주말 농장도 마찬가지.

주를 주말에도 출근해서  손을 못 대던  남의 편이  모처럼 쉬는 주말이 왔다.

미처 못다 한 지지대도 세우고 몇몇 작물도 심으며 한가롭게 주말을 보내고 싶었다.

토요일 저녁  뭔가 모르게 어긋나는 대화에 썰렁해져 버렸다.

다이소에 가서 지지대를 사 오자고 했더니  친구가  지지대를 가져올 거란다.

"또..... 친구가  온다고?"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기분이  안 좋아져서 일요일에 주말 농장에 가지 않았다.

내 기분 따위는  아웃오브 안중이다.

밭에 간다며  나가신다.


'잘해보라지.. 농사에 진심인  촌 남자 둘이서...

나는 할 일 없는 주말을 채워주고 남의 편과 대화도 나눌 곳으로 주말농장을 하고 싶었는데  이걸 오직 농사로만 생각하는  동상이몽이라니....'


아파트 뒷산의 둘레길을 걸으려면  주말 농장을 지나가야 한다.

동상이몽으로 그림자진 기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초록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고  남편과 남편 친구가 무얼 어찌해 놓았는지도 볼 겸  해서 가보니  다이소에서 파는 지지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지지대로 내가 해놓은걸 죄다 바꿔놓았다.

'얼씨구?

뭘 또 다른 걸 심어 놓기까지?'

초록이들 물은 오늘 주지 않아도 괜찮을듯하여  휑하니 돌아서 나와  산 둘레길을 돌았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들러 청경채를 따와서  대패삼겹과 볶고 주말에 남의 편이 따다 놓은 상추와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 그래~ 맛있게 먹자! 내 기분과 마음은  내가 다스려야지.'

햇볕을 많이 받고 자라서  상추랑 치커리맛이  씩씩하기도 하다. 나도  잘 먹고 씩씩하게 하루를 보내야겠다.

살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숱한 동상이몽들이 있다.

나의 시간을 위한 주말 농장 VS  농사는 농사답게 해야지!

주말 농장까지도 동상이몽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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